최근 IT전시회의 단골 주제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다.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제조사를 비롯해 관련 부품업체까지 대거 참석해 마치 모터쇼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전시회의 원래 명칭은 ‘소비자가전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다. TV나 오디오처럼 생활에 밀접한 전자제품을 주로 소개하는 가전제품 박람회를 표방했다. 하지만 요즘엔 전시 성격을 바꿔 줄임말로 쓰던 ‘CES’를 브랜드로 활용한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최대규모의 가전쇼'에서 ‘국제 IT전시회’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주최측은 전시회 명칭도 ‘미국가전협회’(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로 바꿨다. 게다가 매년 가장 먼저 열리는 시기적 이점에 라스베이거스라는 지리적 상징성을 더하며 더욱 주목받는 행사로 자리했다.


폭스바겐 2017 CES 부스 조감도. /사진제공=폭스바겐
폭스바겐 2017 CES 부스 조감도. /사진제공=폭스바겐
시뮬레이터 체험 장면. /사진제공=현대모비스
시뮬레이터 체험 장면. /사진제공=현대모비스

◆CES 2017, 어떤 점 주목할까

올해 CES는 ‘세계 최대 커넥티비티 전시회’를 표방한다. 혁신적인 네트워크 기술로 연결성과 이동성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컨퍼런스 프로그램도 자율주행기술, IoT(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디지털헬스, 5G 등의 주제로 커넥티드 모빌리티의 최신 발전상황을 살핀다.
특히 반도체 등 비자동차업체들이 미래차 기술을 발표하는 것도 주목 포인트다.

게리 샤피로 CTA 사장 겸 CEO는 “사물인터넷부터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 커넥티비티는 새롭게 떠오르는 혁신 기술의 핵심”이라며 “디스플레이 기술을 총동원한 CES 2017은 5G 혁명을 체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완성차업계의 신기술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에서 자율주행차 아이오닉의 기술을 시연한다. 행사장 밖에선 자율주행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전시장에선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 발표한 아이오닉 프로젝트의 일환인 퍼스널 모빌리티를 소개하고 '아이언맨 수트'로 불리는 입는 로봇도 공개한다.

BMW는 진보된 동작제어기술 '홀로액티브 터치시스템'을 발표한다. 프리플로팅(free-floating) 디스플레이를 손가락 제스처로 컨트롤하며 운전자의 촉각 반응을 자동으로 인식해 명령어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가상의 스크린을 터치하면 스스로 명령을 인식한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연사로 나서는 닛산자동차는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를 강조한다. 이 개념은 자동차와 사람의 관계를 더욱 설레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운전이 즐거우면서 환경친화적이고 연결성을 늘려 새로운 가능성을 넓히는 게 목표다.

혼다는 자율주행 전기차 ‘뉴비’(NeuV)를 공개한다. 운전자의 감정을 읽고 이에 따른 주행과 서비스를 제공해 단순한 자율주행을 넘어섰다는 평이다. 인간과 자동차가 교감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폭스바겐도 참가해 사람과 자동차, 주변환경의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CES에서 폭스바겐은 ‘골프 R 터치’(Golf R Touch)와 ‘BUDD-e’에 사용된 시스템을 확대 개발한 새로운 차원의 디스플레이와 컨트롤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 최초 컴팩트 전기 자율주행차 I.D.를 북미 최초로 공개한다.


BMW 홀로액티브 터치 시스템. /사진제공=BMW
BMW 홀로액티브 터치 시스템. /사진제공=BMW

◆부품업계도 진검승부
부품업계도 다양한 첨단기술을 선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스마트카·그린카·부품존으로 부스를 구성했다. 최근 집중하는 자율주행기술은 센서가 주변을 인지하고 고정밀 지도와 매칭해 주행전략을 짜는 방식이다. 부스에 대형 시뮬레이터를 설치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차(FCEV) 플랫폼 기반 친환경부품과 에너지 재생 기술도 선보인다.

보쉬는 이번 CES에서 스마트시티를 콘셉트로 삶의 질 향상, 에너지 효율화, 안전을 강조했다. 연결성을 바탕으로 빈 주차공간을 공유해 도심의 주차난을 해결하는 커뮤니티-기반 주차(Community-based parking) 기술은 미국에서 올해부터 테스트를 시작한다. 개인 맞춤형 기술도 소개했다. 얼굴을 인식해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여러 설정을 바꾸며 졸거나 주의가 산만할 때 경고하는 기술이다.


콘티넨탈은 개인화에 집중했다. 특히 ‘똑똑한 유리’ 기술은 키가 필요없는 액세스제어 및 스타트시스템(PASE)에 연결했다. 창문을 터치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사람의 생체정보를 인식해 맞춤형 설정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등의 기술이다.

◆미래 자동차기술 한자리에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북미오토쇼’(NAIAS, 디트로이트오토쇼)도 열린다. 최근 완성차업체가 CES에 공들이며 살짝 힘이 빠진 모양새지만 전통적인 제조업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모터쇼의 주인공은 자동차다. 반면 CES는 차에 탑재될 ‘기술’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처럼 제시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보니 자동차업계는 전장화 트렌드를 알리기에 CES가 제격이라고 판단, 참가를 이어가는 중이다. 처음엔 부품회사나 전자회사가 관련된 기술을 슬쩍 소개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완성차업체 CEO가 직접 연설에 나서는 파격적인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가전 트렌드를 공개하던 CES가 미래 자동차기술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로 확실한 자리를 굳혔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나올 자동차의 정체성에 궁금증을 더하게 만든다. 미래 자동차는 전자제품일까, 기계일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