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의 첫번째 구속 피의자가 됐다.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지 나흘 만이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각각 5만5000원, 16만3000원이었으나 합병 후 삼성물산 주가는 1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덩달아 국민연금의 지분가치도 2조300억원에서 1조5800억원으로 줄었다. 국민의 노후자금이 4500억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국민연금이 부당하게 동원됐는지 따져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이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 도움을 줬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이다. 문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전후로 지시 이행에 소극적인 간부를 해임하고 보수 성향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피해 합병안건을 투자위원회에 돌렸다는 혐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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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DB |
'특검 구속 1호'의 불명예를 안게 된 문 이사장. 사실 그는 국민연금을 오래 연구한 전문가다. 2013년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로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되기 전까지 20년 넘게 연금제도를 연구했다. 1997년과 2007년 1·2차 국민연금 개혁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논란을 잠재운 구원투수 역할도 맡았다. 그런 그가 국민연금의 손실을 알고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연금을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사금고로 전락시킨 문 이사장을 즉각 해임하고 합병을 찬성한 고위 공무원들도 문책해야 한다"며 "국민의 피땀이 모인 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