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시장은 치열하면서도 정체됐다. 세제 등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이 이점이지만 까다로운 규격기준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국내 맞춤생산을 하지 않고서는 진입이 어렵다. 대우중공업 시절 티코를 시작으로 경차의 역사를 써온 한국지엠과 국내 ‘맞춤형’ 자동차를 내놓는 현대·기아차 만이 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지켰다.


기아차 모닝은 2008년부터 경차시장 불변의 챔피언으로 여겨졌다. 유일한 적수인 스파크는 따라가기 급급했고, 기아차는 박스형 경차 레이까지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5년 더 넥스트 스파크가 출시된 이후 국내 경차시장은 다시 치열한 경쟁구도에 돌입했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등장과 동시에 경차시장 왕좌를 꿰찼다. 고작 33대 차이였지만 7년8개월만에 모닝을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모닝은 파격적 판촉을 통해 곧바로 왕좌를 뺏어왔는데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스파크의 기세는 지난해 다시 살아났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은 스파크에 대대적인 할인을 실시하며 모닝을 반격했다. 덕분에 스파크 판매량은 월초부터 모닝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2월 5852대를 시작으로 3월에는 9175대까지 판매량을 늘리며 모닝을 압도했다. 한국지엠은 스파크의 힘이 빠질 듯 하자 지난해 6월2017년형 모델을 조기 투입해 왕좌 사수에 나섰다. 스파크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경차판매 연간 1위에 올라섰다.

모닝과 스파크는 올해 2차전에 돌입한다. 기아차는 연초부터 3세대 올 뉴 모닝(프로젝트명 JA)을 출시하며 스파크에 역습을 가한다.


올 뉴 모닝.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 /사진제공=기아자동차

◆ ‘절치부심’ 모닝의 ‘가성비’ 역습
“스파크 버튼시동 시스템 추가 옵션이 45만원인데, 신형 모닝은 럭셔리 트림부터 기본 적용됩니다.”

지난 4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형 모닝(프로젝트명JA)의 사전미디어 설명회에 발표자로 나선 기아차 임직원의 입에서는 ‘스파크’의 이름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 발표회에서 경쟁모델과 비교할 때 ‘C사의 S모델’ 등으로 표현한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날 공개된 신형 모닝은 기아차의 절치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기필코 경차 왕좌를 탈환하겠다는 기아차의 의지가 엿보였다. 기아차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가성비’다. 서보원 기아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가성비 좋은 차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경차의 판매 전략이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그간 경차는 단순히 ‘저렴한 차’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싼 차’가 아닌 ‘가격대비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차’로 인식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

서 이사는 “신형 모닝의 주력인 럭셔리트림의 경우 스파크의 주력인 LT플러스 대비 편의사양 추가와 연비개선 등으로 34만~54만원 우세하며 잔존가치까지 감안하면 최대 235만원까지 우세하다”고 말했다.

가성비는 편의사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는 신형 모닝의 경차답지 않은 ‘안전성능’을 크게 강조했다. 허준무 기아차 차체설계실 이사는 “경차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올 뉴 모닝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안전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차세대 경차 플랫폼을 적용한 신형 모닝은 초고장력 강판(AHSS) 적용 비율을 기존 22%에서 44%로 높이고 구조용 접착제도 8배 확대 적용해 동급 최고의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초고장력 장판 비율은 쉐보레 스파크(38.7%), 폭스바겐 업(25%)에 비해 월등한 수치다. 이를 통해 차량 전체 평균 인장강도는 구형 대비 15% 증대됐다. 경차에 고급 안전장치인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이 들어간 점도 인상적이다.


더 넥스트 스파크. /사진제공=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사진제공=쉐보레

◆ '반격대오' 꾸린 스파크
모닝의 공세에 스파크는 올해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모닝의 압도적인 승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경차 차급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구매요인이기 때문에 ‘판촉전’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신형 모닝 출시를 앞두고 스파크는 대대적 할인을 통한 ‘모닝 열풍 초기진화’에 나섰다. 한국지엠은 이달 스파크 구입시 최대 80만원의 현금 할인을 제공하고 16일까지 구매하는 고객에 한해 30만원을 추가 할인한다. 또 5년 이상된 차량 보유고객에게는 30만원을 추가로 할인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차 소비자에게 100만원 이상의 할인은 절대적인 구매요인이 된다”며 “스파크가 이런 판촉을 지속한다면 신형 모닝도 얼마 못가 할인전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모닝과 스파크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취향에 따라 스파크를 선택할 고객층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지엠은 경차의 안전성에 민감한 고객 입장에선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검증을 받은 스파크가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아차는 다양한 수치를 제시하며 신형 모닝의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제조사가 내놓는 수치만으론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쉽지않다. 미국 수출을 하지 않는 모닝은 소비자의 가장 큰 신뢰를 받는 IIHS의 안전 테스트를 받지 않는다. ‘스몰오버랩’ 등 최근 고객이 중시하는 테스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보원 기아차 국내마케팅실 이사는 “미국 수출이 되지 않아 IIHS 테스트는 진행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스몰오버랩 등 다양한 평가에서 안전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제3기관에서 안전성 테스트를 제의한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