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25일 준공을 앞둔 수도권의 한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논란에 휩싸였다.
건설업계와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현장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공사가 이뤄져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최장 50일 가까이 단 하루의 휴일도 갖지 못한 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심지어 일부 하청업체 사장은 “내일 못 나오는 사람은 아예 짐을 싸라”는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8개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이 민자도로의 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초과작업을 하지 않으면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공사 측은 현장 근로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것이지 장시간 노동을 강제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공사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 대부분이 일용직이라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출근할 의무가 없다”며 “구조적으로 일을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현장소장은 “특히 외국인 근로자는 일감이 부족해 서로 일하려고 하지 일이 많아서 불만인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이를 반박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공사현장의 장시간 노동은 사망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많은 만큼 시공사 측의 이런 태도는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며 “일용직이라도 근로기준법상 오버타임 수당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6월 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가스폭발사고는 장시간 노동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현장 근로자들은 열흘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공사장 용접공의 질식사나 인부의 추락사 등 많은 사고 역시 무리한 공기 단축과 야간 밤샘작업이 문제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SNS 등을 통해 드러났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건설기업 대표들을 만나 공사현장에서 비정상적인 초과작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적했고 업계도 이를 수긍했다. 전 실장은 “대기업 건설사도 이런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근로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공사 비수기라 일자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최근 근로자들은 동료의 사고를 접하며 ‘죽도록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단독] "못 나오면 짐 싸" 휴일없는 고속도로 현장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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