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9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28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입구에 도착해 “이번 일로 좋은 모습 못 보여 국민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를 받기 위해 사무실로 올라갔다.


삼성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고 별도로 최씨 일가에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씨 측 지원이 세차례에 걸쳐 이뤄진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독대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와 관련 독대 자리를 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제2 최순실 태블릿 등의 자료를 사전에 확보했으며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와 진술 등을 토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지난달 초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위증’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앞서 조사한 삼성의 핵심 관련자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 삼성 쪽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일괄적으로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이 부회장의 구속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17 정기 인사조차 실시하지 못할 정도로 마비된 삼성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