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 불고 있는 주식거래 수수료 공짜 바람이 거세다. 2015년 12월 금융당국이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을 허용한 후 불기 시작한 바람인데 최근에는 10년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까지 등장하는 등 이벤트 규모가 더 커졌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면제혜택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는 신규 온라인고객 유치를 위해서다. 일단 고객부터 끌어모은 후 신용융자수수료나 상품판매,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든다. 수수료 면제를 내세우는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오히려 제 살만 깎아 먹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주식거래로 한정하거나 기한을 두던 것과 달리 규모나 범위, 기간이 한층 더 넓어져 증권사들의 무리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실제로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비대면계좌 개설고객에게 주식거래 시 10년간 수수료를 면제(선물옵션 1년)해주는 혜택을 부여했다. 오는 4월23일까지 진행하는 한시적인 이벤트지만 10년 동안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KTB투자증권 역시 연초에 10년간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을 내걸고 신규고객을 모집 중이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3∼5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앞세워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특정 증권사가 수수료를 내리면 다른 증권사도 덩달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객은 한정돼있다. 고객을 뺏으려는 증권사로 인해 뺏기지 않으려는 증권사가 나타나고 이는 수수료 면제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된다. 나아가 대부분의 증권사는 우울한 지난해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체 증권사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4200억원으로 전년 8조8300억원보다 16%나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혈경쟁이 벌어지면 증권사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 2002년 72%에 달했던 전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7.3%로 반토막났다. 올해는 수수료 수익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증권사 영업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ELS(주가연계증권)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전체 증권사의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더 이상 공격적인 수수료율 혜택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면제 이벤트가 아닌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고액자산가나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하는 특정 고객층에 한해 차별화된 수수료율 혜택을 제공하는 게 오히려 불황을 이기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자수첩] 증권가의 '제살 깎기'
박성필 기자
3,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