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9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금리상승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가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공약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가상승, 재원마련을 위한 대규모 국채발행 등이 이어져 시장금리도 치솟는 중이다. 따라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당분간 미국채권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통상 채권투자는 금리상승기엔 기피대상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가격이 떨어져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금리와 채권 관계는 투자자들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인데 채권은 대부분 고정금리로 발행돼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비례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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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A라는 기업이 연 5% 금리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금리 5%는 금융시장의 금리수준, 즉 업종과 재무상태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이 발행한 채권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 채권에 투자한 채권자는 A기업이 망하지 않으면 만기까지 연 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A기업이 같은 조건의 채권을 발행할 경우 연 6% 금리로 발행할 수밖에 없어 기존의 5%짜리 채권은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는 연 5%짜리 채권보다 연 6%짜리 채권을 선호하고 연 5%짜리 채권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연 6%짜리 채권보다 가격을 낮게 설정해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채권금리가 변동 가능하다면 어떨까. 연 5%로 발행한 채권금리가 시장금리에 따라 수시로 조정되는 변동금리 채권이었다면 시장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새로 발행될 채권 대비 투자매력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채권금리는 투자자와 채권발행기업의 니즈를 반영해 대다수 변동금리로 발행된다. 실제 변동금리 채권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여타 고정금리로 발행된 채권처럼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예전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여타 채권과 차별화된 매력을 뽐낸다.


◆시장금리 상승에 덕 보는 뱅크론

이제 미국채권을 살펴보자. 금리상승기에 미국채권은 기피해야 할 투자대상일까. 모순적이게도 금리상승기에는 오히려 뱅크론이 각광받는다.

뱅크론은 변동금리 구조로 발행된 채권이다. 뱅크론이란 미국의 은행들이 투자등급(BBB-)미만, 즉 투기등급인 기업들에게 담보를 끼고 빌려준 대출자금을 한데 묶어 발행한 채권을 일컫는다. 채권의 기초자산이 투기등급 기업을 대상으로 발행된 대출이다 보니 투기등급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일컫는 하이일드채권과 성격이 유사하다.

뱅크론이 일반적인 투자등급 채권과 다른 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채권금리가 발행 당시 금리로 고정되지 않고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한다. 뱅크론은 ‘기본금리+가산금리’ 구조이며 기본금리로는 3개월 만기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금리가 사용된다. 가산금리는 발행 당시 정해지기 때문에 3개월 리보금리의 변동에 따라 채권금리가 변동되는 구조다.

참고로 뱅크론의 기본금리는 3개월 리보금리가 1% 아래에 있는 경우에도 최소 1%를 보장해주는 플로어(floor) 구조다. 3개월 리보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머문 최근 몇년 동안 3개월 리보금리 역시 1%도 안되는 수준에 그쳐 뱅크론 기본금리는 계속해서 플로어 수준인 1%를 적용받았다.

또한 뱅크론은 변동금리 채권이지만 금리가 변동하지 않는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2015년 12월 첫번째 기준금리 인상 이후 변동금리 채권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세간의 주목 대비 그다지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3개월 리보금리가 1%를 하회한 영향이 컸다.


[고수칼럼] 금리 오르기만 기다린 '뱅크론'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 연준이 두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즈음부터 3개월 리보금리가 1%를 상향돌파함에 따라 올해에는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바로 뱅크론 금리상승, 이자수익 증가라는 열매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승시기에 뱅크론은 변동금리 구조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으로 예상돼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둘째, 담보가 설정된 선순위대출이라는 점이다. 뱅크론은 별도 담보 없이 기업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여타 채권과 달리 은행이 담보를 제공받아 그 담보가치에 따라 대출한 채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부도, 파산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손실이 일정 폭으로 제한되는 장점이 있다. 단, 100% 담보 범위 내에서 진행된 대출이 아닌 만큼 일정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60% 내외 담보).

뱅크론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를 받는 변동금리 채권이라는 점,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부도율의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뱅크론의 최적 투자시점은 시장금리가 상승국면이고 경기가 회복되는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뱅크론의 장밋빛 전망에도 연 10% 이상의 과도한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반적인 뱅크론 금리수준인 연 5% 내외에서 경기회복 정도에 따른 부도율 변동, 연내 기준금리 인상 횟수 등의 가격변동요인을 감안해 연 4% 내외를 기대수익으로 보고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