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여객과 화물의 항공운송을 직접 지원하는 터미널이자 사회 발전을 위한 여러 파생기능을 가지는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사회간접자본이다. <머니S>는 이러한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공항을 조명했다. 글로벌 허브로 변모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움직임을 조명하고 이와 반대로 적자에 시름하는 지방공항의 현실을 짚었다. 새로 지어지고 확충되는 공항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지자체와 주민들간의 갈등도 살펴봤다. 아울러 24시간 돌아가는 공항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땀이 날개 꺾인 한국 경제를 이륙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편집자주>

“힘들어 죽겠다는 표현이 절로 나와요. 요즘은 다들 비슷할 거예요. 비수기가 없어졌어요. 1년 내내 사람이 쉴 새 없이 몰려듭니다.”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20만868명. 지난 2월19일 하루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한 사람의 수다. 그중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사람이 9만7412명, 들어온 건 10만3456명이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때인 7월31일의 20만82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기록이다. 항공사 직원들이 엄살을 부리며 너스레를 떨만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졸업과 봄방학 시즌을 맞아 가족단위 주말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말 출국한 중장기 여행객의 입국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선 성수기와 비수기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본다. 여름 휴가철처럼 전통적인 성수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간 비수기로 여겨진 시기도 여행객의 발걸음이 성수기 못지 않아서다. 여기에 환승을 기다리며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 여행객도 늘어 24시간 내내 공항이 북적인다.

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은 여객운송 1억명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중 절반이 넘는 5776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천공항의 24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사람, 사람, 사람… 밀려드는 인파
오전 5시.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차가 꽤 많다. 첫 비행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발걸음이다. 주차장은 이미 꽉 차서 주차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장기주차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객터미널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은 주차할 장소가 없다.


이 시간대 인천공항 출국장 이용자는 2900여명. 총 6개 출국장 가운데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건 4곳이고 그중 1곳만 문을 연다.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대도 일부만 문을 연다.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티켓을 받으려는 초조함과 어디론가 떠난다는 기쁨이 뒤섞인 표정이다. 이른 시간부터 서두른 탓인지 하품하는 이들도 많다. 이때 분위기는 폭풍전야와 같다. 주변의 여행사 미팅 테이블에선 가이드가 주의사항을 알려주느라 바쁘다. 보통은 단체 패키지여행객이다.

오전 6시.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된다. 항공사 직원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간대다. 탑승객들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순식간에 줄이 늘어나고 체크인카운터가 몸살을 앓는다. 항공사 직원들은 총동원돼 승객을 맞는다.

이때는 출국장도 모두 문을 연다. 1시간 새 대기인원이 6200여명으로 늘어났다. 여권과 탑승권을 하나하나 검사하는 손길이 바쁘다. 이 시간대엔 인원이 몰리는 항공사 주변 출국장만 붐빌 뿐 그렇지 않은 곳은 대기인원이 절반쯤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한가한 곳을 찾아 움직인다.

오전 7시. 출국장 대기인원이 8600여명이나 됐다. 9~10시쯤 출발하는 항공편이 많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2~3시간 전에 체크인을 마쳐야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면세점이나 라운지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서둘러야 한다.

공항이나 항공사 직원들은 국제공항이 마치 ‘작은 정부’와 같다고 표현한다. 여러 정부부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관제부터 탑승객 관리까지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공항 운영 회사가 있고 보안을 담당하는 곳, 입출국 심사를 하는 법무부, 구매물품에 대한 통관심사를 하는 세관이 어우러져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오전 8시. 출국장 대기인원은 7800여명으로 줄었지만 앞서 7시쯤 몰려든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해 여전히 대기시간이 길다. 탑승객이 많으면 카운터가 붐비고 수하물도 그만큼 늘어난다. 화물을 나르는 벨트가 꽉 차고 이를 항공기에 싣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시간대는 공항 전체가 비상사태다.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항공사 라운지도 자리싸움이 치열해진다. 인근의 면세품 인도장 카운터도 모두 문을 열어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댄다. 탑승 게이트로 향하다 보면 면세점에도 사람이 많다. 특히 담배와 주류 코너의 줄이 길다. 게다가 날씨나 공항 사정으로 게이트가 바뀌거나 출발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승객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항공사 직원들이 긴장하는 순간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오전 9시. 이제야 공항이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항공사 카운터에 앉은 직원들의 표정에 비로소 여유가 찾아온다. 출국장도 한바탕 난리를 겪고 5900여명대로 줄어든 인원을 여유롭게 소화한다. 보안검색요원들도 서로 대화가 늘어난다.
오전 10시. 이제부터는 일상의 공항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출국장 인원도 5000여명 수준을 유지한다. 라운지에선 여유롭게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 업무를 보는 사람도 많다. 면세품 인도장도 대기인원이 크게 줄었다.

항공사마다 스케줄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비교적 큰 변화가 없다. 개별 항공사만 바쁜 ‘국지전’이 벌어질 뿐이다.

정오가 다가오자 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지하1층 푸드코트에 줄이 길다. 보통 여행객들은 1층이나 3~4층 식당을 찾지만 공항을 자주 이용한 사람은 조금 귀찮아도 지하로 향한다. 직원들도 대개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사진=박찬규 기자

◆기다림과 긴장이 이어지는 공간
출국 항공편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입국 항공편도 많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서 출발해 우리나라에 승객을 내리고 다시 다른 곳으로 출발하는 항공편도 적지 않다.

같은 시간 도착 터미널에선 세관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시선이 쏠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격의 포옹을 하는 그곳이다. 외국인들은 휴대전화 렌털이나 데이터 로밍을 신청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차를 빌리려는 사람도 꽤 있다. 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도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싣는 사람들의 손이 바쁘다.

저녁 8시. 출국자 수가 크게 줄어든다. 이후부터는 다음날 0시 이후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면세점도 일부를 제외하고 문을 닫기 시작한다. 물론 면세품 인도장은 늦게까지 바쁘다. 라운지에서 잠을 자는 사람도 많다.

환승객을 위한 시설도 꼼꼼히 마련됐다. 샤워시설도 있고 누워서 잘 수 있는 침대도 있다. 이젠 캡슐호텔도 설치돼 최대한 편안히 쉴 수 있다. 인천공항의 휴게시설은 해외여행객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 그리고 그들의 복장을 보면 여행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공항에서의 시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여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런 점 때문에 출국장은 차갑고 산뜻한 흰색 조명이 강조된다. 반대로 입국장은 조금 더 노란 빛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분위기가 다르다.

포화상태에 달한 인천공항은 올 연말 2000만명을 소화하는 제2터미널을 오픈한다. 연간 70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곳, 공항. 유기적으로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는 24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미니인터뷰/ 김정열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매니저

김정열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매니저. /사진=박찬규 기자
김정열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매니저. /사진=박찬규 기자
- 많이 바빠 보인다. 근무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는 시프트근무를 한다. 오전엔 6시10분~2시30분까지 근무하며 오후는 1시부터 9시30분까지다. 요즘처럼 오전 예약상황이 1만명쯤 되면 20~30% 인원이 5시30분까지 출근한다. 요즘엔 승객들이 일찍 나온다. 카운터 열자마자 9시쯤까지는 정말 정신없다.
-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날 영국 여성 한분이 “아까부터 서서 일하던데 의자가 필요한 것 아니냐. 쉬면서 일하라”고 걱정해줬다. 너무 고마워서 기억에 남는다.

- 최근 승객이 늘어 힘들지 않나.
▶최근 여행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방학 때 가족단위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비교적 한가해지는 9시부터 돌아가며 식사하러 간다. 이후엔 다음 일정을 준비한다. 특히 자주 이용하는 VIP 중에는 직원들 고생한다고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