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자재시장 1위인 CJ프레시웨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경기침체로 식자재업계가 모두 죽을 맛이라지만 이 가운데서도 CJ프레시웨이는 ‘속 빈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덩달아 고민에 빠진 인물은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다.

◆ 외형 커졌는데 수익성 ‘뚝뚝뚝’


실제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은 2조37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전년보다 33.2%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8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실익 없이 외형만 키운 셈이다.

CJ프레시웨이의 추락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야기됐다. 우선은 내부적인 악성채권. CJ프레시웨이가 약 1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자회사 프레시원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실적이 타격을 받았다. 프레시원은 당초 대기업과 지역 중소업체가 만난 상생모델로 주목받았지만 수익은 기대 이하였다.


CJ프레시웨이 프레시원 강남법인 전경. /사진제공=CJ프레시웨이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CJ프레시웨이 프레시원 강남법인 전경. /사진제공=CJ프레시웨이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지난해 11개 프레시원 법인 중 프레시원광주, 프레시원인천, 프레시원부산 등 지방사업장 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프레시원강남, 프레시원동서울, 프레시원남서울 등 6곳은 이익을 냈지만 2억~15억원으로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4분기 프레시원 부실채권 대손상각비용으로 30억원을 썼다. 2014년부터 3년간 회수되지 않았던 악성채권을 대손상각비용으로 털어낸 것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지역 식자재 유통에서 외상채권 거래가 발생해 3년마다 한번씩 받을 가능성이 없는 악성채권을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타깃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 안에 턴어라운드 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지만 업계는 프레시원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본다. 자본이 마이너스로 완전자본잠식상태인 법인이 이미 절반이 넘은 데다 설립목적인 상생의 의미도 퇴색됐기 때문이다.


CJ프레시웨이는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프레시원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그 결과 10~20% 수준이던 지분이 적게는 51%, 많게는 100%까지 늘어난 상황. 상생모델이 순식간에 지역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독점모델로 변질된 셈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프레시원은 구조적으로 성장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적자에 허덕이는 주주들은 오히려 지분을 사달라고 매달리고, 회사입장에선 프레시원 인프라에 너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계륵 같은 존재”라고 귀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겼다. CJ프레시웨이가 육류담보 사기대출에 엮이면서 창고에 담보로 잡힌 물량을 출고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육류담보대출사건은 육류유통 중개회사가 고기를 담보로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사기사건이다. 피해액만 6000억원대. 이 회사가 CJ프레시웨이에 판 고기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불똥이 튀었다. CJ프레시웨이는 육류를 출고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실 76억원을 지난해 4분기 비용에 반영했다.

영업이익은 숙원사업이었던 프레시원이, 당기순이익은 뜻밖의 위험요인이 갉아먹은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이 회사의 이익률이 절대적 수준으로 낮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전까지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식자재 유통의 경우 부실 매출채권에 따른 거래 리스크가 상존하고 식품산업 특성상 위생관리 등 여러 변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 허울뿐인 해외사업… 날아간 베이징법인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에서 CJ프레시웨이는 국내 수익성 악화를 극복할 대안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하지만 이마저도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최근 남미사무소를 오픈하면서 외형확장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기존에 추진해 온 중국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J프레시웨이가 중국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한 지는 올해로 3년째.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상반기부터 중국 영휘마트와 손잡고 상하이합작법인(JV1)과 베이징합작법인(JV2)을 설립하는 등 중화권 공략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CJ프레시웨이의 계획과 달리 사업 진척은 더디기만 했다. 영휘마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그마저도 상품 소싱 및 공급을 담당하는 상하이유통합작법인만 남고 식자재를 유통하는 베이징합작법인 사업은 전면 백지화됐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에 호의적이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면서 “글로벌사업 전체 매출 비중이 많지 않지만 분기별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마저도 눈에 띄는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동원맨' 취임 첫해 위기, 돌파구는?

CJ프레시웨이가 처한 국내외 상황은 문 대표의 굴욕으로도 대변된다. 동원에서만 25년 이상 일한 정통 동원맨인 그는 강력한 리더십과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업계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올해는 문 대표가 취임한 첫 해라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처음으로 받아든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나름의 돌파구는 미개척 분야인 해외로 마련한 모양새다.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던 CJ프레시웨이가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국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눈이 문 대표에 쏠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