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바닥으로 미끄러진 것. 한화케미칼의 실적 발표에 상승세 전환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한화케미칼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판매이익 늘어 사상 최대 실적 기록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779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131%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최대 규모의 이익을 낸 2010년 6551억원보다 1241억원(18.9%)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 역시 9조2588억원으로 전년 8조370억원 대비 15.2% 뛰었다.

한화케미칼의 어닝서프라이즈는 저유가 상황에서 원료가격과 제품가격의 차이가 확대돼 판매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가성소다 등 주력제품의 판매상황이 개선된 점도 실적 증가에 힘을 보탰다.

2014년 한화케미칼이 인수한 KPX화인케미칼과 태양광부문 자회사인 한화큐셀의 영향도 컸다. KPX화인케미칼은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생산업체들의 설비가동이 지연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15만톤 생산설비를 모두 가동해 2년 만에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한화큐셀도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5GW 규모의 모듈을 수출하며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한화케미칼의 깜짝실적은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실적 상승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화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47조1214억원, 영업이익 1조7749억원, 당기순이익 1조3480억원을 올리며 한화케미칼과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영업이익은 134%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이 무려 1019%나 치솟았다.

◆주가 발목 잡은 4분기 태양광사업

한화케미칼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예상과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당연히 주가가 오를 것이라 믿었던 투자자들은 엇갈린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5일 종가 기준 2만7850원이었던 한화케미탈의 주가는 같은달 28일 2만5350원(-8.98%)으로 떨어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3일 역시 2만6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1.14% 빠졌다.


/사진제공=한화케미칼
/사진제공=한화케미칼

투자전문가들은 한화케미칼의 이 같은 주가 흐름의 원인으로 지난해 4분기 태양광부문 실적을 지목했다. 태양광부문의 실적 둔화와 기타 일회성 비용 발생 우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태양광부문에서 불용재고 감액과 외환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다 전체적으로 성과급 350억원이 빠져나가면서 4분기에 시장예상치를 밑도는 1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태양광부문에서 지난해 4분기에만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겪은 영업손실이고 태양광부문 매출액 역시 전 분기 대비 12% 감소한 1조2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쌓인 재고가 지난달까지 해소되지 않았고 가격을 크게 낮춰서라도 판매처를 확보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 한화케미칼의 태양광과 기타부문의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태양광발전 수요가 늘어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중국시장은 정체된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오는 6월30일 태양광설비 보조금을 19%가량 낮출 예정이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국내기업에 반덤핑 관세를 늘리기 위해 재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부담이다. 또 미국 트럼프정부가 신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집중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부분도 주가상승을 억제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저평가주, 중기적 전망 보고 투자

그러나 한화케미칼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주력 화학제품 시황이 강세를 띠어 1분기 화학 및 지분법 이익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니S톡] 태양광 부진 한화케미칼, 앞길은 '반짝반짝'

미래에셋대우·교보·신한금융투자·메리츠종금·이베스트투자·케이프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4분기 한화케미칼이 태양광 부진과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둔화했지만 올 1분기에는 주요 화학제품의 호황으로 인한 이익 증가를 내다봤다. 그동안 한화케미칼 주가상승이 더뎠기 때문에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태양광부문은 모듈 가격이 계속 떨어져 우려되지만 원재료인 웨이퍼 가격도 동반 하락 중이라 실적 둔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감안해도 실적 창출력과 중국 환경규제로 PVC 수급이 중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1650억원 규모의 일회성 손실을 반영했지만 이후 올 1분기엔 정상적인 실적을 회복 중”이라며 “PVC 가성소다와 TDI 가격 상승으로 화학사업 호조가 예상되고 일회성 비용 소멸로 1분기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에서 큰폭의 증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한화케미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1543억~2100억원, 목표주가를 3만7000~4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화학부문이 다소 둔화되는 국면이고 태양광 모듈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모멘텀이 약할 수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실적 창출력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평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