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불법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발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4일 SBS는 국정원 전직 고위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올 초부터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재 동향정보를 수집해 왔다”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있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5일 오후 당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열고 “국정원 헌재 사찰 의혹 보도는 카더라 통신, 가짜뉴스의 전형”이라며 “한 방송사 보도로 촉발된 국정원의 헌재 동향보고 수집 의혹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데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이 ‘사실무근’이라며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학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며 “그런데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은 대선 정국에 이용해 나라야 어찌됐건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정치적 욕심으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29일 최윤수 국정원 제2차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 차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국정원 내 ‘우병우 라인’으로 손꼽힌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29일 최윤수 국정원 제2차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 차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국정원 내 ‘우병우 라인’으로 손꼽힌다. /사진=뉴시스
반면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정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댓글 공작을 통해 국민여론을 왜곡한 전과가 있다. 지난해 말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며 “그런데 이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마저 공작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국정원이 대통령의 사설 심부름센터가 되어 헌재를 사찰한 게 사실이라면 우리 헌법이 정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있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사찰을 직접 지시했다고 하니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사찰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며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는 무엇이고 대체 누구에게 보고한 것인지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 관련 사안을 다루기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법과 질서를 무참히 짓밟은 국가 파괴 사건”이라며 “국정원의 국가 파괴 사건에 청와대 개입은 없었는지 배후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특검 도입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 선거 때 댓글부대로 선거에 개입하더니 이제는 헌재를 사찰해 대통령 경호부대를 자처했다”며 “검찰은 국정원의 헌재 불법사찰에 대해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