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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10월29일 처음 열린 이후, 132일만인 오늘(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최종 확정됐다. 오늘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확정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임기 9개월여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탄핵 인용에 따라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등 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통령 궐위가 발생할 경우 60일안에 새 대통령을 뽑도록 한 헌법에 따라, 이번 대선은 5월 초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발단은 르·K스포츠 재단 의혹
이번 탄핵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9월 보도를 통해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일간지 한겨레신문은 최순실씨가 정부 사업 등에 참여한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 인사 등에 개입한 정황을 거론하며, 최씨의 청와대 실세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최씨가 과거부터 박 대통령 일가와의 인연이 알려진 최태민의 딸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최태민의 이름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중,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이 박근혜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처음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박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논란이 흐지부지됐다.
결국 한겨레 보도 이후 JTBC의 태블릿PC 보도,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사특혜 의혹 등 언론매체의 폭로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사법 수사 단계로 넘어간다.
◆촛불집회, 2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민주노총 등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때를 기점으로 촛불집회를 본격적으로 주도했다. 10월29일 처음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노조원, 시민 등 2만여명이 처음 참석했다.
이후 촛불 집회는 특검 도입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논의와 함께 갈수록 규모가 커져, 12월3일에는 232만명이라는 역대 단일집회 최대인원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번주 탄핵심판 선고 직전까지 계속된 촛불집회는 사전행사 준비 등 꾸준한 조직화 노력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연인원 1500만명을 넘겼다.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언론의 박 대통령 관련 비리의혹 보도는 줄을 이었다.
◆특검 도입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당초 정의당 등은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했으나 제1야당인 민주당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박 대통령 본인이 하야 뜻을 전혀 밝히지 않으면서 결국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재적 300명에 찬성 234명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시켜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또 검찰 수사를 통해 최씨 등 관련 혐의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12월5일에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임명돼 검찰이 진행하던 수사를 넘겨받았다.
◆청문회 생중계, ‘모르쇠’ 향연
국회는 국회특별조사위원회로 따로 조직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도 진행했다. 한달여 진행된 청문회는 대부분 생중계됐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의혹에 연루된 증인들의 답변 거부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반대로 고영태, 노승일씨 등은 적극적인 증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역대 최대규모 특검, 이재용 결국 구속
특검은 박영수 특검과 4명의 특검보, 현직검사인 윤석열 수사팀장 등 모두 100여명 규모로 꾸려졌다. 역대 최대 규모로, 대통령 비리의 복잡성과 심각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 수사기간은 부족했고, 수사진행에서 난관도 적지 않았다. 당초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으나, 결국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지 못한 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 집행이 실패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은 보강조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 구속은 삼성의 최씨 일가 특혜지원이 이번 사태 핵심 사건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있는 성과였다. 다만 특검의 공개적인 시간부족 호소에도 기간 연장에 실패하면서 여론에선 아쉬움이 표출되기도 했다.
◆휴일없는 93일, 탄핵심판 공방
지난해 12월9일 처음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헌재는 오늘까지 93일동안 휴일도 거의 없이 변론과 심리 평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심리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는 등 재판 절차가 쉽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특히 변론 과정에서 대통령 변호인단이 재판 지연을 의도하는 듯한 돌출 행위를 계속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변호인단 서석구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태극기를 꺼내 들어보이는가 하면,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제목의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책자를 들고 오기도 했다. 나중에는 이 책의 저자인 김평우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합류해 과격한 언사를 심리 도중 반복해 크게 논란이 됐다. 김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탄핵심판 무효 주장을 반복하고, 재판관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심리의 품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촛불집회에서 나왔던 요구인 2월 탄핵 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재판 지연에 따라 기각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는 등 탄핵정국에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오늘 헌재가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탄핵 사태가 끝을 맺게 됐다.
◆20분만에 끝난 만장일치 평결, 조기대선으로
이날 오전 11시 열린 평결은 당초 사건의 복잡성, 심각성을 감안할 때 최종 주문 발표에 30분 이상 소요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비해 이번 사건의 소추사유가 월등히 많고, 심리 자체도 훨씬 많은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소추안 각하 여부, 탄핵심판 결정 이유, 최종 인용 주문까지의 설명을 20여분만에 끝내며,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알렸다. 다만 세월호 참사 관련 성실책임 의무 등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면서 정국은 조기대선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미 주요 대선주자들은 선거캠프를 가동한 상황으로, 5월 초 열리게 될 대선을 목표로 바로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