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침체에 ‘냉장고 파먹기’란 신조어가 생겼다. 냉장고에 쌓인 재료로 식사를 차려 생활비를 줄이고 외식이나 야식 둥 불규칙한 소비를 억제하는 전략이다. 

냉장고 파먹기는 현대인의 생활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실천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하고 기존 식재료를 쓸 줄 알아야 한다. 또 밖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경기침체기에 각광받는 소비전략, 냉장고 파먹기. 이제 금융생활에서도 '재테크 파먹기'를 실천해보자.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재테크, 처음 계획부터 돌아보자
먼저 굴리고 있는 투자상품 등 자신의 자산관리현황부터 파악하자.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 홈쇼핑에서 대거 구입한 물건이 냉장고에 가득찬 것처럼 자신이 가입한 금융상품 중 자동이체를 통해 습관적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존에 가입한 상품은 자신의 투자목적과 부합하는지, 상품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는지 등 재무상황을 꼼꼼히 살펴보자.

오랫동안 자산을 굴린 사람 중에도 금융상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만기는 언제인지, 예상수익은 얼마인지, 이자 외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소득공제·비과세 등)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금액 중 불필요한 투자상품을 과감히 해지하고 중복된 것을 줄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했다면 이제 어떤 요리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재테크에선 재무목표를 설정하는 단계다. 구체적으로 여름휴가나 가족의 경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단기목표와 결혼이나 내집 마련 등 장기목표를 결정해야 한다. 목표를 장·단기간별로 나눈 뒤에는 구체적인 금액과 목표시기를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뉴를 정했다면 레시피를 활용해 요리를 시작해야 한다. 레시피에 필요한 식재료와 적절한 양, 조리순서가 담겨있듯이 재테크도 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투자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1년의 단기목표라면 만기가 짧은 단기상품이 적절한데 여러 상품을 꼼꼼히 살펴보길 권한다. 보통 가입기간이 짧으면 금리, 수수료 우대가 낮은 편이지만 수시입출금상품에도 이벤트 등 조건에 따라 혜택이 첨가된 경우가 있어서다. 


자산을 쪼개 저축하는 것도 유리하다. 1년 이내 목표는 대부분 일회성 소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단기목표가 중장기적인 재테크 흐름을 끊는 원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산관리 목표가 5년 이내라면 우선 1000만원 단위의 종잣돈을 만드는 것부터 실행해야 한다. 종잣돈이 있으면 더 많은 투자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종잣돈은 창업준비나 부동산 구입 등 최종적인 목돈 마련을 위해 필요하지만 금융기관의 VIP전용상품과 원금보존을 추구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사모상품의 가입금액이 최소 10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더 큰 재테크 그림을 그리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상품 갈아타기 전 체크포인트

기존에 가입한 금융상품은 기준을 세워 유지할지,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상품의 만기가 계획한 목표 시기에 맞춰 분산됐는지 살펴보자. 이어 수익률이 얼마인지, 투자형상품인 경우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준이 모호할 경우 자산관리사나 은행원의 도움을 얻어 가입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한 후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늦지 않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한 상품은 아무리 좋은 혜택을 담고 있어도 손실을 키울 수 있다.

은행지점 방문이 어렵다면 은행이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최근 은행들은 자산관리 제안서를 세분화하고 상품 갈아타기 등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성향별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안내하고 투자상품의 활용목적에 따라 상품을 재구성해 안정적인 사후관리도 보장한다. 

전문가가 소개하는 재테크방법을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재무법칙 4·3·2·1’은 전생애 자산관리 비중을 나눠 관리하는 방법이다. 전체의 소득을 10으로 보면 4는 목돈을 만들기 위해 저축하고 3 이내에서만 소비한 후 2는 노후준비를 위해 연금을 가입하는 전략이다. 나머지 1은 보험에 가입해 개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72법칙은 자산을 2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인하는 공식이다. 72를 연간 복리 수익률로 나눈 값이 투자원금이 2배가 되는 기간과 같다는 공식으로 연간수익률을 알 경우 원하는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기간을 가늠할 수 있다. 공식은 ‘72/기간=이율, 72/이율=기간’이다. 이 공식을 이용하면 이자율 변동에 따른 대략적인 수익차이를 계산할 수 있다.

이처럼 재테크 계획에 도움이 되는 여러 공식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에 따라 투자성향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비율을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이 같은 재테크법칙을 활용하면 모두가 안정된 재테크생활을 실천할 수 있다.

나아가 투자실패에도 상심하지 않는 자신감을 기르자. 누구나 처음으로 요리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본인만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가질 수 있듯이 재테크도 많은 경험과 실천이 요구된다.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계획도 필요하다. “수익형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냈다”, “펀드에 투자했더니 수익률이 내려갔다”는 주변인의 말은 참고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유행하는 상품이나 주변의 권유만으로 목적 없는 재테크를 하기보다 자신의 인생목표에 맞춰 투자방향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테크생활은 수차례 실패한 식단을 영양 가득한 음식으로 채우는 고진감래의 시간과 비슷하다. 꾸준하고 성실한  재테크 훈련이 당신을 멋진 디너테이블로 초대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