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3일 본격 출범했다. 지난 2월 전국은행연합회에 정회원으로 등록을 마친 후 약 두달 만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더 많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고 최근엔 비대면 금융채널이 다양하게 등장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케이뱅크, 유상증자 어려워… 불안한 출발
인터넷전문은행은 2015년 6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해 10월 금융당국은 예비인가사업계획서를 접수받아 다음달인 11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 케이뱅크 준비법인을 설립했으며 같은 해 12월 본인가를 받아 지난 3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인터넷전문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도 이달 중 본인가를 신청해 이르면 상반기 안에 영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가장 기대되는 점은 금리다. 인건비와 점포비용을 절감해 시중은행보다 낮게 대출금리를 책정할 수 있고 예금금리는 더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비대면채널로 신속한 금융서비스 이용도 가능해진다. 대다수 금융전문가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이후 금융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터넷뱅킹과 카카오톡 등 모바일에 익숙한 20~30대 고객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성장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장점은 아쉽게도 여기에 그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꽤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은산분리법이다. 은산분리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을 4%, 의결권이 없는 지분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금융위는 국회에서 은산분리법을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기대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권의 핵폭탄 이슈에 묻혀 현 정권에선 물 건너간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비금융주력사업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을 34~50%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5개가 계류 중이다.
따라서 유상증자가 필요한 케이뱅크는 난감한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초기자본금은 2500억원. 이 중 대부분이 이미 초기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이뱅크는 올해 경비예산으로 총 890억여원을 추가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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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DB |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하려면 은산분리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은행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있는 법안이 통과돼야 주도권을 쥔 KT와 카카오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추가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본격 출범했음에도 (보유지분) 4%의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준수하려면 최소 3년간 2000억~3000억원을 증자해야 한다. 이를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대주주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분구조 모호하고 서비스도 ‘글쎄’
지분구조가 모호한 것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제 출범한 케이뱅크는 우리은행과 GS리테일, 한화생명, 다날이 각각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케이뱅크를 주도한 KT는 8%의 지분만 보유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지분 58%를 갖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정사업본부 등도 주주로 참여했는데 정작 카카오뱅크의 실질적 주인격인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데 앞으로 주주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전부터 지분구조가 50대50으로 단순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과 비은행이 지분을 쪼개 보유한 상황이어서 자칫 경영관련 의사결정 시 주주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초기 몇년 동안 적자행진이 불가피하다”며 “은산분리법 개정안 계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적자행진까지 계속된다면 주주간 의견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본격화된 2015년엔 비대면채널이 혁신적인 단어로 꼽혔다.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됐지만 비대면채널은 다소 생소한 시기였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은행창구에 들러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에서 본인확인이 가능해 편리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P2P(개인간)거래업체까지 비대면채널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금은 금융혁신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졌다.
여기에 관계형금융이 제한적이어서 수익의 핵심기반이 되는 기업대출도 지원하기 힘든 구조다. 관계형금융이란 은행이 파악한 중소기업 등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평가하고 한 고객에게 대출과 예금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파는 방식의 금융중개 형태를 말한다. 지점을 통한 대면 업무를 하지 않으면 관계형금융은 불가능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원 소속 연구위원은 “시중은행들도 오프라인채널을 줄이고 디지털금융으로 바꾸는 추세”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빠른 시일 내 내놓지 못하면 머지않아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아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지배구조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추진력 있는 결단이 나올지 미지수”라며 “(시중은행보다) 빠르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달라진 금융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