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제약·바이오기업 중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유한양행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에 빼앗겼던 업계 1위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은 유한양행은 직원 평균 연봉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호실적의 주역인 직원들이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 상위제약사는 실적과 연봉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 따로 연봉 따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3207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13% 성장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한 유한양행은 직원 1인당 평균 7243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등기임원의 1인당 평균 보수는 3억8810만원이다. 직원 연봉도 업계 1위, 등기임원은 셀트리온에 이은 2위다.


업계 2위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1979억원, 영업이익 784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14.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5%가량 줄었다. 연구개발(R&D) 비용이 14.3% 증가한 데다 전년에 반영된 일동제약 주식 처분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이 사라져 사상 최대 매출에도 이익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200만원, 등기임원은 2억900만원으로 10대 제약사 가운데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1조564억원, 영업이익 443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광동제약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5100만원, 등기임원은 3억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녹십자에 비해 직원 연봉은 소폭 낮지만 임원의 경우 1억1200만원이나 많은 전형적 상후하박 구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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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지난해 연매출 600억원대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글리아티린(뇌기능개선제)을 비롯해 6개 제품의 도입약 판권을 종근당에 빼앗겼지만 신규 도입품목 판매 호조와 자체 개발 의약품으로 빈자리를 메우며 매출 8839억원, 영업이익 2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 늘었고 영업이익은 41%가량 급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 확대와 R&D 투자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R&D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 성격이 짙은 만큼 악재에도 선방한 셈이다.

대웅제약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500만원, 등기임원 1인당 연봉은 2억9200만원으로 모두 업계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어 업계 5위를 차지한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8827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각각 33%, 87% 폭락했다. 하지만 최악의 실적에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800만원, 등기임원은 3억4300만원으로 임직원 연봉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40% 이상 증가하며 매출 8319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을 기록한 종근당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 6000만원, 등기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억2100만원이었다. 직원은 업계 상위권, 임원은 업계 하위권인 전형적인 하후상박 구조다.

업계에서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던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6705억원, 영업이익 249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매출이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100만원으로 업계 평균치를 밑돌았지만 등기임원은 4억2500만원을 받아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 6172억원, 영업이익 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은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 하락한 제일약품은 직원 1인당 평균 5372만원, 등기임원 2억6710만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매출 5605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 모두 줄어든 동아에스티는 직원 1인당 평균 6200만원, 등기임원은 2억1090만원으로 조사됐다.

 

[머니S토리] 실적과 따로 노는 제약사 연봉

올 초 LG화학에 흡수합병된 LG생명과학은 지난해 매출 5117억원, 영업이익 4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7%, 78% 늘었다. 임직원 연봉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호실적을 감안하면 전년도 직원 평균연봉 6700만원(임원 5억5700만원)보다 후한 연봉이 지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위한 경쟁 치열

이처럼 상위제약사의 연봉은 실적과 비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장제약사만 80여개가 넘는 치열한 경쟁구도 속 유능한 경쟁사 임직원을 빼가는 풍조가 만연하고, 상·하위제약사간 연봉 등 근무환경 차이가 좁혀지는 업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이병건 전 녹십자홀딩스 대표가 임기가 남았음에도 종근당홀딩스로 자리를 옮겼고 대웅제약 전무를 지낸 박종전 부회장, 이진호 부사장, 박재홍 부사장 등은 최근 서울제약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서울제약은 김정호 대표를 포함해 8명의 임원들이 대웅제약 임원 출신이다.

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던 지난해 말 대웅제약 상무 주모씨가 메디톡스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일반직원도 업계 순위와 무관하게 타 제약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제약사라 하더라도 개량 신약 등을 개발해 특화된 경쟁력을 갖출 경우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이 가능한 독특한 업계 구조상 눈앞의 실적과 연봉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며 “일반직원의 경우 상위제약사와 중소제약사의 연봉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고 임원도 개인의 능력을 따질 뿐 회사 크기와 연봉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