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상위 제약사들의 한국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연매출이 국내 전체 제약시장 규모(약 20조원)보다 많은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ceutical Company, 대형제약사)들이 한국에선 국내 최상위 제약사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매출과 2% 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유독 작아지는 이유가 뭘까.

◆한국화이자 매출, 유한양행 절반 수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 기준 한국 톱10에 꼽히는 글로벌제약사는 ▲한국화이자(6815억원) ▲한국노바티스(4484억원) ▲한국로슈(3675억원) ▲바이엘코리아(3347억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3169억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3056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3005억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2663억원) ▲박스터(2522억원) ▲한국얀센(2452억원) 등이다.

빅파마 중 국내 매출이 가장 많은 한국화이자의 연매출은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1조320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종근당(8320억원)에 이어 7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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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부문은 더 심각하다. 상위 10대 글로벌제약사의 지난해 국내 영업이익은 ▲한국화이자(61억원) ▲한국노바티스(144억원) ▲한국로슈(29억원) ▲바이엘코리아(75억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32억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284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5억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109억원) ▲박스터(36억원) ▲한국얀센(124억원) 등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2.5%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10대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7.6%)의 3분의1 수준이다.


◆수입 판매 의존… 매출원가율 70% 육박

빅파마의 한국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매출원가율이 높아서다. 국내 매출 톱10 글로벌제약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69.6%로 국내 제약사 평균(60%)보다 10%가량 높다. 매출원가율은 영업활동의 능률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통상 동일업종에서는 이 비율이 낮은 기업이 수익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제약사는 대부분 국내에서 의약품을 생산하지 않고 해외본사에서 수입해 제품을 팔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일부 글로벌제약사의 경우에는 본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실제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들여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에 별도 생산시설을 만들지 않고 지금처럼 본사 수익 우선 전략을 고수할 경우 글로벌제약사의 국내 수익률은 앞으로도 2% 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