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의 구원투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또 한번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빅배스(회계 손실처리) 단행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연임 1호’ 수장에 이름을 올렸다.
농협금융은 2012년 지주사 출범 이후 역대 회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는 CEO 리스크가 지속됐다. 그러나 김 회장의 연임으로 경영지속에 활기를 띨 전망이다.
실적도 좋다. 농협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2216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조선·해운업종의 부실채권 여파로 2013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하반기 31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데 이은 흑자기록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순익목표치를 6500억원으로 잡았다. 농협중앙회에 매분기 납부하는 명칭사용료(3500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1조원대의 순익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한·KB·하나금융지주가 1분기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지만 대규모 부실채권을 떨치고 건실한 수익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 회장의 2기 경영에 훈풍이 불고 있다.
◆소통경영 ‘4대 나침반’ 통했다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데는 2015년 4월 취임 때부터 내세운 경영전략 ‘4대 경영 나침반’이 주효했다. ‘소통·현장·스피드·신뢰’를 철학으로 관료적 장점과 실무적 강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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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NH농협금융 |
김 회장은 내부에선 직원을 살뜰하게 챙기기로 유명하다. 또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경영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번번이 충돌했던 역대 회장과는 달리 현 김병원 중앙회장과의 파트너십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에선 대기업에 관대했던 시스템을 전면교체하는 과감한 행보도 보였다. 수익률만 좇아 무조건 투자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취임 후 산업분석팀과 감리인원을 충원하고 여신심사와 연계해 143개 업종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부실기업에 투자하는 사태를 원천봉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회장이 과거 수출입은행장으로 근무할 당시 다양한 구조조정 사례를 겪으면서 얻은 노하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 이후 리스크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정비하고 핀테크, 글로벌사업 진출 등 농협금융의 신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했다”며 “올해 농협금융의 사업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은행부문 수익개선 필요
승승장구하는 김 회장 앞에도 과제는 쌓여있다. 오랜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떨어진 은행의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선 증권·보험 등 비은행계열사의 수익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농협금융은 NH농협은행을 제외한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 비은행계열사의 수익이 미진한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 8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이지만 지난해 4분기 진행한 희망퇴직에 따른 판관비 절감 효과(연간 190억원)가 컸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이 320억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33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2% 감소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누적 당기순이익이 77억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86억원)으로 1년 새 1.3% 감소했다.
그나마 농협금융의 주요계열사인 NH농협은행이 선방했다. 올 1분기 농협은행은 1505억원의 흑자를 내며 출범 후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농협금융이 국내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은행을 제외한 증권·보험사의 수익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 선두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신한·KB금융도 비은행계열사의 실적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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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신한과 KB금융은 비은행 자회사의 수익에 힘입어 각각 9971억원, 87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카드가 1년 전(1489억원)보다 2529억원(169.8%) 늘어난 4018억원을 기록했고 신한금융투자 역시 460억원으로 1년 새 238억원(127.7%) 증가했다.
KB금융은 비은행계열사의 순이익이 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5% 늘어 총수익을 끌어올렸다. KB손해보험 순익이 99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카드가 833억원, KB증권 638억원, KB캐피탈도 365억원으로 힘을 보탰다.
이와 관련 김용환 회장은 “농협 생·손보는 저축성보험이 주를 이루는데 앞으로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 매출확대와 수익성을 모두 잡을 계획”이라며 “비은행계열사와 유통·지역 농협네트워크 등 범농협 시너지까지 더하면 농협금융의 성장 가능성이 금융지주 중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사자성어 연비어약(鳶飛魚躍)을 꼽았다. 지난 2년간 내실 다지기를 기반으로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듯이 도약한다’는 포부다.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과 농협금융이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1952년 4월 충남 보령 출생 ▲서울고·성균관대 경제과 ▲행시 23회 ▲재무부 기획관리실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증선위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수출입은행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