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별로 맘에 안들어서…. 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화장하기 시작했어요. 중학교 올라오니 반에서 한두명 빼고는 거의 다 화장을 하더라구요. 이젠 오히려 안하는 아이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예요.” (김유진·중3)

“친구들과 어디 놀러갈 때는 색조화장을 진하게 하고, 평소에는 자연스러운 쌩얼 메이크업 위주로 하는 편이에요. 요즘엔 남자애들도 자기 피부색에 신경을 써서 비비크림을 발라요.” (박지혜·고1)


화장하는 10대 청소년이 늘고 있다. 이젠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의 절반 이상이 화장 경험이 있을 정도로 그 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 덩달아 10대를 겨냥한 어린이 화장품의 인기도 치솟았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열린 '키즈 코스메틱 페어'에서 어린이 모델이 유아용 자외션 쿠션을 바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DB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열린 '키즈 코스메틱 페어'에서 어린이 모델이 유아용 자외션 쿠션을 바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DB

◆ 용돈 중 절반 화장품 구입… 친구와 나눠쓰기도
뷰티업계에 따르면 10대 화장품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해 지난해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10조원이 넘는 전체 화장품시장 규모에 비하면 작은 비중이지만 점차 화장 연령이 낮아지고 남학생들까지 화장에 관심을 보이는 등 성장세가 빠르다.

이에 10대를 잡기 위한 화장품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주머니 사정이 얇은 10대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해 틴트·립밤·볼터치 등 여러 기능을 하나에 담은 실용적인 제품이 속속 출시되는 것.

중학교 1학년 황모양은 “일주일 용돈 1만원 중에 5000원은 화장품 구입에 쓴다”며 “초등학생 땐 학교앞 문방구에서 주로 구입했는데 이젠 친구들과 저가화장품을 파는 브랜드숍에 가서 틴트나 섀도우, 비비크림 등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부족하면 친구와 각자 필요한 걸 하나씩 사서 빌려쓰거나 빌려주기도 한다”면서 “쉬는 시간엔 좋은 화장품을 추천해주고, 어떤 친구는 엄마 화장품을 가지고 와서 서로 발라주면서 논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대 화장품시장의 성장 여력을 더 크게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9월부터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이하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용 제품류’를 추가하기로 하면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는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화장품 사용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화장하는 어린이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이와 관련한 법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어린이용 화장품 판매를 지나친 상술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크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어린이 화장품이야말로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는 상술이 될 수 있다”며 “어린이를 상대로 한 허위·과장 광고도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린이 화장품시장이 공식화하면 시장이 커지겠지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상술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기업 입장에선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까 조심스럽다”면서도 “오히려 안전한 성분만 넣었다는 인식이 생기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