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계엄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뉴시스(AP 제공)
필리핀 계엄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자료사진=뉴시스(AP 제공)

필리핀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60일 간의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번 계엄령 사태는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 마우테가 민다나오의 마라위 시를 점령하면서 발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급히 귀국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4일 귀국 뒤에는 "나는 가혹해질 것"이라며 이번 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또 "계엄령은 계엄령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선포했던 계엄령과 다를 바가 없다"며 강경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마르코스는 21년 동안 집권한 필리핀 독재자로, 1972년 장기집권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필리핀 헌법은 공공의 안전이 보호돼야 하는 침략 또는 반란 상황에 대통령이 60일 간의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1년이 걸리면 그만큼 계속 할 것"이라며 이번 계엄령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강경한 태도에 두테르테가 계엄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마르코스는 1972년 선포한 계엄령을 1980년대까지 유지해 정적을 영장 없이 체포해 제거하는 등 수많은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테르테 역시 계엄령을 장기간 유지 할 경우 이같은 무법상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