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의 첫 코스피 IPO(기업공개) 주관에 먹구름이 끼었다. 올 초 처음으로 코스피 상장 공동대표주관을 따낸 ‘폴라리스쉬핑’의 상장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폴라리스쉬핑은 남대서양에서 실종된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는 문재인정부의 1호 민원으로 회사 측의 안전관리 등을 정부가 조사할 방침이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가 회사 측의 안전부실로 판명날 경우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IB(투자은행)부문 강화에 나선 유안타증권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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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
◆첫 코스피 상장 주관 ‘난관’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대우가 단독으로 대표주관사를 맡은 폴라리스쉬핑과 코스피 상장 공동 대표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동양증권 때 사모펀드 ‘폴라리스오션기업재무안정PEF’를 통해 폴라리스쉬핑 지분에 투자한 것이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배경이다. 당시 유안타증권은 이 사모펀드로 폴라리스쉬핑 지분 12.45%를 취득했다.
이번에 유안타증권이 폴라리스쉬핑을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면 2014년 동양증권에서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후 처음으로 코스피 IPO 대표주관 실적을 쌓게 된다. 유안타증권은 2014년 대만의 유안타금융지주에 인수된 후부터 현재의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명이 변경된 후 유안타증권의 IPO 주관실적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유안타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은 기업은 SPAC(스팩)을 제외하고 코스닥 2건, 코넥스 1건, 코스피 2건 등 총 5개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4월 코스닥에 상장한 씨엠에스에듀는 삼성증권과 공동주관을 맡은 기업이다. 지난해 7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한국토지신탁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유안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이전 상장 절차가 간소하고 공모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 대형증권사를 처음부터 주관사 후보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IPO 실적은 과거 동양증권 시절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2011년에만 6건의 IPO를 주관했다. BS금융지주, 두산엔진 등 굵직한 기업을 코스피시장에 상장시켰고 원익머트리얼즈, 아이씨디 등의 코스닥 입성에도 힘을 보탰다. 유안타증권이 IPO 명가의 자부심을 되찾는 데 이번 폴라리스쉬핑 상장이 중요한 이유다.
◆폴라리스쉬핑, 영업지속 여부 ‘관건’
하지만 폴라리스쉬핑 상장이 난관에 봉착했다. 폴라리스쉬핑이 관리하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사고와 관련해 회사의 안전관리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국인 선원 8명이 탑승한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3월31일 선사 측에 선박이 침수되고 있다는 모바일 메신저를 보낸 뒤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선원은 실종상태다.
문제는 회사 측이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이다. 1993년 유조선으로 건조된 스텔라데이지호는 2008년 화물 운반선으로 개조됐다. 건조된 지 24년이 지난 노후 선박이다. 회사 측은 스텔라데이지호는 선박안전법에 따라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았고 지난해 8월 연차검사도 통과했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전 선원들과 나눈 메시지 등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가 실제로는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호 민원으로 접수하고 철저한 수색과 사고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만약 폴라리스쉬핑의 안전관리문제가 사고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상장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준에 따르면 대상 기업이 면허 취소나 법령 위반 등으로 영업의 계속성이 저해될 경우 상장하지 못한다. 선박 운항이 주된 영업인 폴라리스쉬핑의 상장도 앞으로의 조사 향방에 따라 좌우된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벌금이나 영업정지가 앞으로의 기업 존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상장심사의 기준”이라며 “회사 측의 관리부실로 처벌을 받을 경우 강도에 따라 상장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 IB부문 실적 ‘타격’
폴라리스쉬핑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상장 진행은 올스톱됐다. 당초 주관사들은 5월 중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고 올해 안에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폴라리스쉬핑의 상장은 2012년 RCPS(상환전환우선주) 380억원 규모를 발행하면서 4년 안에 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해운업 침체로 상장이 미뤄졌다.
폴라리스쉬핑이 상장에 실패하면 유안타증권의 IB 관련 부문 수익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 유안타증권의 IB 영업수익은 74억원으로 전체 순영업수익의 9.4%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15%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폴라리스쉬핑의 공모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3월 말 진행한 프리IPO에서 평가된 약 2조원의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수수료가 예상된다. 이를 유안타증권이 가져가지 못하면 IB부문의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의 IPO 지연이 IPO영업을 포함한 유안타 IB부문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실제 폴라리스쉬핑 IPO 주관수수료 수입을 올해 IB부문 실적목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코스피 상장주관 경험을 시장에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유안타증권의 손실이다. 통상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주관사를 선정할 때 과거 상장실적을 따진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말 중국기업 골든센츄리를 상장시킨 후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유안타증권이 체결한 주관사 계약은 22건이다. 이중 올해 안에 상장을 계획한 곳은 폴라리스쉬핑을 제외하면 산동티엔타이, 경방차업 등 2개뿐이다. 이마저도 최근 중국원양자원과 완리 등의 문제로 중국기업 이미지가 나빠져 상장심사를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폴라리스쉬핑 주관사 관계자는 “일단 상장예심 청구를 위한 준비는 모두 끝냈지만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