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업계가 대차료 문제로 손해보험업계와 충돌 조짐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동부화재와 갈등이 심화됐다. 전국의 중소형 사업자가 모인 중소렌터카사업자연합(가칭)은 오는 7월 동부화재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단체행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양측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열린 자동차보험표준약관 개정 관련 간담회 모습. /사진=뉴시스 DB
지난해 열린 자동차보험표준약관 개정 관련 간담회 모습. /사진=뉴시스 DB

◆“대차료 시스템 불합리” VS “산정에 문제 없어”

시간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자동차사고 시 렌터카 이용 과정에서 과도한 보험금 누수가 발생한다고 보고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손질에 나섰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자동차사고 시 지급하던 렌트차량을 동종 차량이 아닌 동급 차량으로 변경해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즉, 외제차를 몰다 사고가 났다면 가입자는 동종의 외제차가 아닌 동급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최저요금의 국산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최저가 차량은 특정 업체의 가장 저렴한 렌터카가 아니라 각 업체의 동급 렌트차량 중 대차료가 가장 저렴한 차량그룹을 의미한다. 

만약 2000CC급인 BMW 520d 차량을 몰다 사고가 났다면 배기량이 비슷한 국산차량 중 렌트비가 가장 저렴한 쏘나타를 제공받게 된다. BMW520d 운전자가 사고 후 받는 하루 렌트비가 기존 30만원선이었다면 약관 개정 후에는 3분의1 수준인 10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당연히 렌터카업체들의 수익도 줄어든다. 렌터카업체는 보통 외제차를 3년 기한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당국이 국산차 렌트가 가능하도록 약관을 개정하면서 외제차 할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소규모 렌터카 업주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렌터카업계는 중소사업자들이 이 규정으로 모두 폐업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렌터카연합회와 일부 업체는 이미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중소 렌터카업체들은 약관개정에 항의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 중이다.

특히 렌터카업계는 동부화재가 타 손보사들과는 다른 대차료 지급방식을 운영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라 손보사들은 가장 저렴한 렌터카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동부화재만 자체적으로 만든 대차료 지급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연식과 종류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대차료가 산출되는 식이다. 이 대차료는 손보사들이 지급하는 대차료 평균보다도 10% 정도 낮다고 렌터카연합회는 주장한다. 

전국중소렌터카사업자연합 A씨는 “동부화재는 납득하기 힘든 자체 지급시스템을 만들어 비정상적인 대차료 지급을 진행하고 있다”며 “요금은 시장자율경쟁에 의해 렌트사가 정하는 것이지 보험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부화재가 비전문적 대물담당자들로 보상직원을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동부화재는 원래 보상을 담당하던 대리·과장급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고 젊은 여직원 등 소액담당자들을 전진배치했다”며 “이 직원들은 ‘시스템에서 나온 금액을 토대로 지급할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반응이다. 초짜직원을 배치해 대차료 지급 협의가 힘들게 만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동부화재는 대차료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현재 국내 렌터카업체 중 거래가 가장 많고 규모가 가장 큰 업체인 AJ렌터카와 롯데렌터카 두곳의 평균치를 잡아 대차료를 책정했다”며 “우리가 임의로 대차료를 낮게 책정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타 손보사들도 대형 렌터카업체 한두곳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렌터카업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금감원 약관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도 약관 개정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과도한 렌트비 지급방식을 개선하고 고가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등 명확한 동기가 있는 규정”이라며 렌터카업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국산차 가입자도 피해 크다?

금융당국과 손보업계는 이번 약관 개정이 소비자 입장에서 외제차 사고·대차 시 값비싼 렌트비로 인한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피해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금 산정 및 지급(1만3350건) 민원 가운데 렌터카 대차료 관련 보험금 과소지급이 10.4%(1395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추진 당시 기대했던 일반차량 운전자의 부담 완화 측면보다는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에서 렌터카업체를 운영 중인 박모씨(남·44)는 이 약관 개정은 외제차를 타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보험가입자도 손해를 볼 수 있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국산차 운전자가 외제차를 추돌했다면 예전에는 렌트비로 30만원이 나왔는데 이제는 보험사가 10만원만 지급한다. 일부 외제차 소유주들은 무조건 동종 차량을 제공해달라고 우겨 타 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제공을 안할 수 없다. 이때 국산차 가해자가 남은 20만원의 차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배기량으로 동급을 지정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차 가격과 연식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동급을 지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