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도심의 노후 주거지를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되 생산성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관광·문화·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효과를 얻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복안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이전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실패사례로 남은 경우가 적지 않다. <머니S>는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실체와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 및 산업군을 알아봤다. 또 도시계획전문가가 말하는 바람직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발문)
“가장 중요한 물음은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가’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도시 주체인 시민과 지자체,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본문)
도시재생사업은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활발히 논의될 만큼 중요성이 커졌다. 1960~1970년대 세운 도시 기반시설이 노후화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의 방식과 가치가 ‘개발’에서 ‘재생’으로 차츰 이동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정부재정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물음은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가’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도시 주체인 시민과 지자체,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본문)
도시재생사업은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활발히 논의될 만큼 중요성이 커졌다. 1960~1970년대 세운 도시 기반시설이 노후화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의 방식과 가치가 ‘개발’에서 ‘재생’으로 차츰 이동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정부재정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의 바람직한 모델을 정립하려면 부동산개발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공동체 복원을 우선의 가치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공동체 복원만을 지나치게 중시해 자칫 예산낭비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하나의 수단과 방법이 아닌 여러 모델을 개발하되 중심 가치를 어디에 둘 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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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사진=머니투데이 DB |
◆산업 중심 아닌 사람이 머무는 도시로
“미래의 도시재생사업은 과거와는 다르게 산업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주택이든 공공디자인이든 사람이 떠나지 않고 그곳에 계속 거주하거나 머물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조 교수는 “근대도시는 차 중심으로 개발했지만 이제는 옛날방식이 됐다”며 “여러 사람의 눈높이로 보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를테면 도심의 고가도로는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사업의 기본철학은 재활용, 즉 버리지 말고 다시 써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가령 ‘서울로 7017’의 경우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가 안전문제로 철거될 운명에 처하자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통해 보행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조 교수는 “여느 도시의 중앙역과 비교해 서울역은 도심 주변과의 단절이 심했다”며 “사람이 머물지 않고 차를 타고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도로를 보행거리로 만들면 그 주변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 단지 기차나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서울역을 찾던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카페를 들르고 관광도 한다. 이것이 지역발전의 시작이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은 주택만이 아니라 도시 전반을 살리는 데 목적을 두는 만큼 그 효과 역시 경제적인 것만 고려하기보다는 문화·관광·환경·역사·복지 등 많은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재생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동산개발 무시해선 안돼… 다양한 관점 필요
“서울은 한때 3분의1이 달동네였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정부재정 없이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로 바뀐 것은 다른 나라에서 볼 때 신기한 현상이다. 그 이면에는 철저한 부동산논리가 있다.”
조 교수는 앞으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이 사람을 중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부동산논리를 배제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도시재생사업이 부동산개발에 지나치게 의존한 반면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부동산적 요소가 약하다는 것.
문재인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예산은 5년 동안 총 50조원. 전국 노후주거지 등 500곳의 환경을 정비하고 주차장, 도서관, 어린이집 등의 편의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단순 계산으로 사업지당 1000억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과거의 대규모 아파트개발과 비교하면 이런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은 규모가 작다는 것. 과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나오는 이유다.
조 교수는 “땅값 상승이 예상되고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도시재생사업의 성과가 분명치 않았던 것처럼 도시재생 뉴딜사업 역시 대안으로 제시됐을 뿐 실체가 명확하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서울역 고가도로의 철거를 반대했지만 만약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지금의 상품 유통방식으로는 상권이 살아날 수 없었던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리동 소규모 봉제공장들 역시 상인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방식이 바뀌는 게 힘들지 몰라도 도심의 귀한 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새로운 수요를 찾아 도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가
조 교수는 앞으로 주택수요가 계속 줄고 가격이 높아지면 획일적인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주거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은 인구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고 주택보급률도 100%를 넘어섰다. 조 교수는 “전체 가구 중 세입자 가구가 60%인데 새집을 지어준다고 모두가 살 수 없듯 그들에게 맞는 재생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시재생사업은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도시는 저마다 다른 역사를 지녔다. 따라서 각 장소마다 왜 도시재생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사업방식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 조 교수는 “도시가 성장기를 지나면서 안정적 도시개발의 수요가 많아졌다”며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인구 노령화, 인프라 노후화, 탈산업적 구조 등을 도시재생사업의 조건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농촌재생사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 교수는 “농촌은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심각한 데다 1960년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주거와 생산의 안정을 함께 가져가는 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재생사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물음은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가’다. 기존 방법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거쳐 대안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보다는 도시 주체인 시민과 지자체,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