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할 때 현지 지인의 추천으로 ‘그랩’이란 서비스를 이용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우버와 경합하며 성장 중인 현지 애플리케이션으로 우버와 요금체계와 서비스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동남아시장에서 우버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서비스다.

우버나 그랩 같은 서비스를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이라고 부른다. 공유경제의 대표사례로 불리며 많은 나라에서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이런 서비스가 없다. ‘자가용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우리나라는 우버가 진입하지 못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그랩과 같은 우버의 경쟁업체도 나오지 못한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 /사진제공=풀러스
김태호 풀러스 대표. /사진제공=풀러스

◆ 대한민국서 ‘라이드 셰어링’ 도전
“우리나라에서도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가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가 최근 열린 ‘풀러스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풀러스는 우리나라 최초로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다. 유사한 서비스가 많지만 국내에서만큼은 풀러스의 입지가 독보적이다. 기본적인 서비스 방식은 우버 등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출퇴근길 함께 차를 타는 ‘카풀’에 집중한 사업형태다.


풀러스가 라이드 헤일링이 아닌 라이드 셰어링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내 법규 때문이다.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예외조항으로 명시했다. 따라서 출퇴근 시에는 유상운송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알선하는 것이 가능하다. 풀러스를 비롯한 국내 라이드 셰어링 업체들은 이런 예외규정의 틈을 비집고 사업을 영위한다.

출퇴근에만 사용이 가능한 점 등 제한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사업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5월 판교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만에 전국으로 범위를 넓혔고 60만명의 회원을 유치했다. 1년간 누적 이용거리는 1100만㎞, 누적 카풀 시간은 42년에 달한다.

그는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도 라이드 셰어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앞으로 1년은 라이드 셰어링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풀러스는 라이드 셰어링의 제한된 서비스 범위를 확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풀러스 교통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모빌리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교통문화연구소의 첫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출퇴근 문화 연구조사 보고서'다. 풀러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근로자 32.5%가 통상적인 출퇴근 패턴에서 벗어난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기존의 출퇴근 시간의 범위를 확장해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출근시간 4시간, 퇴근시간 4시간을 선택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유연근무제, 주말근무 등 기존에 카풀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카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풀러스의 새로운 시도는 택시업계 등 기존 여객운송사업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를 출범할 당시에도 예외조항의 해석을 놓고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기존 운송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풀러스 드라이버가 벌어들이는 돈은 유류비를 보전하는 수준이어서 수익모델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풀러스는 기존 여객운송수단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고 강조한 그는 현행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김 대표는 “수십년 전에 생긴 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율주행, 카 셰어링, 라이드 셰어링 등 오늘날 등장하는 새로운 분야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 시장이 성장하려면 기존의 법을 개선한 통합운수사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카S토리] '라이드 셰어링'의 기대와 우려
[카S토리] '라이드 셰어링'의 기대와 우려

◆ 갈길은 구만리… 미래 내다본다
험난한 길을 뚫고 라이드 셰어링을 많은 사람에게 알렸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라이드 헤일링 등 ODMS 서비스엔 고질적으로 따라붙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약속을 어기는 행위나 각종 범죄에 대한 불안감 등 이용자간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장이 크지 않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현재 성장속도라면 머지않아 문제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준법과 안전, 신뢰를 핵심가치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무차별적인 개입이 아니라 자정작용을 강화할 수 있는 툴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풀러스는 레벨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평점 기능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평점 역시 일률적인 수치가 아니라 평점을 준 사람의 이력과 상황 등을 고려해 신빙성 있는 수치를 만들어낸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기술 고도화를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으로서의 기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풀러스는 드라이버와 라이더의 패턴을 분석해 추천하는 ‘플러스 픽’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현재 매칭의 30%가 이를 통해 이뤄진다. 김주영 풀러스 교통문화연구소장은 “풀러스 픽을 도입한 후 평균 매칭시간이 확연히 짧아졌다”며 “이를 고도화해 이용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벗어나 전장업체와 함께 기술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염두에 두고 모든 측면의 기술 고도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사업은 수익을 내는 단계가 아니지만 길게 보고 투자한 까닭에 금전적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빠른 시일 내에 이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았고 그에 맞는 자금조달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계획상으론 2020년쯤 월단위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빌리티는 디지털경제 시대에 가장 큰 혁신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며 “풀러스는 다양한 출퇴근 패턴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동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교통문화의 발전에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