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끗…’ 시선이 느껴진다. 유럽에서 건너온 패셔니스타 르노 트위지는 어딜 가나 인기다. 독특한 자태를 뽐내는 슈퍼카를 탔을 때보다 더 뜨거운 눈길과 관심이 모인다. 잠시 차를 세워두면 마치 연예인이라도 온 것 마냥 사람들이 몰려든다.

운전하는 동안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트위지를 탔을 때 경험하게 되는 일 중 하나다. 시승하기 전 차에 대한 지식을 미리 습득해두는 건 기본, 자외선차단제와 선글라스도 필수품목이다.

르노 트위지. /사진제공=르노삼성
르노 트위지. /사진제공=르노삼성

◆다 덜어낸 전기차

트위지는 100% 전기차다. 4~5명이 넉넉히 타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1~2명만을 위한 초소형 이동수단이다. 기존에 없던 형태인데 자동차와 스쿠터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되겠다. 에어컨도 창문도 없다. 안전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것들을 많이 덜어냈다.
차에 타려면 도어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잠금해제 손잡이를 위로 올려줘야 한다. 시승차는 간이 창문이 설치돼 한 손으로는 창틀 프레임 위 손잡이를 당기면서 다른 손으로는 레버를 올려줘야 문을 열 수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트포지션을 조절한 다음 시동을 걸었다. 전기차여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엄밀히는 전원을 켠다는 표현이 맞다. 키를 꽂고 살짝 돌려주면 계기반에 불이 들어오고 그 다음 키를 끝까지 돌리면 ‘GO’ 사인이 켜진다. 이후 D(전진)와 R(후진) 버튼을 눌러 원하는 주행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주차할 때는 둘을 함께 눌러 N(중립)에 둔 다음 운전대 아래쪽 파킹브레이크 레버를 당기면 된다.

뒷좌석은 사람이 탈 수 있지만 일반적인 자동차시트를 기대하면 안 된다. 스쿠터 뒷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리를 벌려 앞좌석 양쪽으로 발을 놓아야 앉을 수 있다. 체구가 크지 않은 성인이 앉는다면 잠시 이동하는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탈 때는 가방을 싣고 안전벨트로 고정해두니 편했다.

독특한 건 룸미러가 없다는 점이다. 양쪽에 달린 사이드미러로 뒤를 충분히 살필 수 있고 차체 크기가 워낙 작아서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사각지대를 체크할 수 있다. 없는 게 또 있다. 카오디오와 에어컨도 없다.


길이x너비x높이가 2338x1237x1454(㎜)며 휠베이스 1686㎜에 불과한 작은 차체에 많은 것을 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에어백과 전면 범퍼 빔, 측면충돌 보호장치 등 안전성능에만 신경썼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차 무게(공차중량)는 475㎏에 불과하다. 성인 몇명이 힘을 모으면 차를 들어 옮길 수도 있는 무게다.


르노 트위지. /사진=박찬규 기자
르노 트위지. /사진=박찬규 기자

◆ 서울 시내 달려보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서울 도심에서의 주행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햇살, 높은 습도, 다른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열기를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정체가 풀려 조금 속도를 높이는 구간에선 견딜 만했지만 정체구간에서는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신호대기 때면 말을 걸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운전자가 많았는데 특히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거 전기차죠? 몇㎞나 달릴 수 있어요? 최고속도는 잘 나와요? 얼마예요?”

이들이 먼저 물어보는 건 최대주행거리였다. 트위지는 LG화학의 6.1㎾h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최소 60㎞를 주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회생제동시스템이 있어서 주행패턴에 따라 주행거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에어컨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능이 없다 보니 오로지 주행습관에 따라 효율이 좌우된다.

아울러 이처럼 작은 차가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이가 많았다. 트위지는 최고시속 80㎞ 이상을 낼 수 있다. 시속 60㎞ 이하까지는 무난히 가속할 수 있고 그 이상은 더디게 가속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대가속을 하면 충분한 속력을 낼 수 있지만 남은 주행가능거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까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출시가격은 2인승 모델이 1500만원, 트렁크가 달린 1인승은 1550만원이다. 정부보조금과 지자체보조금을 합하면 1000만원 이하로 살 수 있지만 추가 물량은 내년에야 들어온다.
 
주행느낌은 마치 높은 ‘카트’(KART)를 탄 것 같다. 타이어(앞바퀴 125/80R13, 뒷바퀴 145/80R13규격)가 얇아서 코너를 빠르게 돌 때 불안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무게중심이 낮아서 생각보다 잘 버텼다. 후륜구동방식(MR)인 점도 카트와 공통점이다.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페달은 깊숙이 밟아줘야 한다. 브레이크는 디스크가 있지만 되도록 회생제동시스템의 힘으로 멈추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급하게 멈춰서지 않도록 여유 있는 운전습관이 필요하다.

파워스티어링휠이 아니어서 한참을 운전하면 팔이 뻐근해지는 점도 카트와 비슷하다. 운전대를 돌리는 데 힘이 꽤 든다. 타이어가 얇은 데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쓴 것 같다. 카트를 타본 사람이라면 즐겁게 몰 수 있을 것 같다.

시내에서 운전하다 보면 경적을 쓸 일이 종종 생기는데 트위지는 2종류가 탑재됐다. 왼쪽 레버의 끝부분 버튼은 다른 차에게 경고하는 용도인데 창문이 없어서 큰 소리가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깜짝 놀랄 수 있으니 혹시라도 버튼을 누를 때는 각오를 하는 편이 좋겠다. 그리고 왼쪽 레버의 중간 다이얼을 돌리면 보행자에게 경고하는 작은 소리가 난다. 주차장이나 골목에서 유용했다.

복잡한 시내에서 운전할 때 덩치 큰 차들이 생각보다 양보를 잘 해줘서 끼어들기가 쉬웠다. 작고 귀엽게 생겨서 동정표를 얻은 것 같다. 한 고급SUV 운전자는 끼어들려다가 오히려 미안해하며 창문을 내리고 사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차를 몰 때는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트위지가 도로를 돌아다니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2015년 르노삼성자동차가 트위지를 국내에 들여왔지만 자동차도 이륜차도 아니어서 관련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운행할 수 없었다. 이후 2년여가 지난 지금에야 제도가 보완되며 간신히 도로 위를 누빌 수 있게 됐다.

충전은 가정용 220V 전원을 그대로 이용한다. 10분에 대략 6%쯤 충전됐고 배터리가 바닥났을 때 3시간30분쯤이면 완전히 충전된다.

르노 트위지. /사진=박찬규 기자
르노 트위지. /사진=박찬규 기자

◆친환경마인드 늘어나길

트위지를 시승하는 내내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매연 하나 내뿜지 않는 100% 전기차를 타면서 다른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뜨거운 열기에 고생해서다. 평소엔 느끼지 못했지만 트위지를 타니 더욱 크게 와 닿았다. 최소한 정차했을 때 시동이 꺼지거나(스탑앤고 기능) 저속에서는 풀하이브리드처럼 전기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면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정 연료를 배척하기보다는 당장 실천할 현실적인 기능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