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를 줄인 말로 ‘인생은 한번뿐, 현재를 즐기자’는 뜻. 욜로 열풍을 타고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마음껏 투자하는 욜로족이 늘고 있다. 욜로족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도 바쁘다. 욜로 재테크 상품까지 출시됐다. 나만의 삶을 즐기려는 욜로족. <머니S>가 욜로가 바꾼 소비시장 트렌드와 그들의 삶을 살펴봤다.<편집자주>
#박정은씨(34)는 요즘 이태원 ‘심야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정리하면 더위가 사라지고 여유로운 마음이 생긴다. 박씨가 이 식당의 단골이 된 것은 P2P대출에 100만원을 투자하면서부터다. 투자수익률은 연 6.4%, 세금을 제외하면 4~5%가 예상된다. 높은 수익과 함께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스위스 감자전, 이태원탕 등 리워드(보상) 메뉴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준석씨(28)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최신 IT기기를 남들보다 빨리 구입하는 얼리어답터다. 그는 IT종목을 묶은 ETF(상장지수펀드)에 소액 투자한다. 올해 국내증시가 활황인 데다 IT기업의 실적도 선방 중이라 자신이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ETF수익이 오르는 효과를 기대한다.
‘한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삶의 가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재테크 생활에 들어왔다. 욜로 재테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고 금융수익을 얻는 신개념 재테크다. 투자종목은 잠재력이 높은 창업초기기업 등 특정분야에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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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투자·크라우드펀딩 각광
개인과 개인을 대출자와 투자자로 이어주는 P2P금융은 욜로족에게 안성맞춤이다. 자신이 관심있는 종목에 간편하게 투자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의 투자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먹방·술방을 즐기는 욜로족이 늘면서 유명 맛집이나 커피전문점 등 창업음식점에 투자하는 P2P투자가 인기다.
P2P업체 8퍼센트는 심야식당을 비롯해 커피판매점 ‘커피공방’, 수제맥주 전문기업 ‘더부스’, 하남 스타필드의 ‘마켓로커스’, 광화문 ‘파워플랜트’, 멕시칸요리 전문점 ‘훌리오’ 등 미식가의 호평을 받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P2P대출을 모집했다. 대부분 하루 만에 목표금액을 채웠고 투자자들은 8%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P2P업체 미드레이트도 수제맥주업체 ‘브롱스’의 펀딩을 세차례 진행했다. 브롱스는 투자자에게 매장에서 이용 가능한 스페셜 리워드와 투자자의 이름을 새긴 ‘각인 명판’을 제공해 이목을 끌었다.
문화생활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인기다. 크라우드펀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개인의 자금을 모으는 일을 일컫는다. 대중(크라우드)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자금을 지원(펀딩)하면 “내가 바로 주주”라는 주인의식을 갖는 효과도 생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크라우드펀딩은 지난해 1월 도입한 이래 올 6월까지 총 207개 기업이 29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소액투자자의 십시일반 투자로 많은 아이디어가 상품이나 사업으로 현실화된 셈이다.
특히 욜로족의 크라우드펀딩은 영화나 공연 분야에서 활발하다. 문화생활을 즐기고 해당 작품이 손익분기점, 목표관객수를 달성하면 수익도 올라간다.
뮤지컬 <캣츠>는 지난 4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청약 3시간 만에 목표금액 3억원을 달성했다. 예상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9만명으로 9만5000명을 넘어설 경우 투자자의 수익률은 2.5%, 11만명이면 11%까지 올라간다. <캣츠>는 지난 11일 개봉 후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 중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과거에는 투자와 소비가 분리됐다면 요즘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에 투자하며 즐기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투자자가 곧 실제 소비자이므로 열성적으로 입소문을 내는 등 마케팅 효과도 크다”고 말해다.
스마트폰이나 IT기기에 꽂힌 욜로족은 코스피200정보기술(IT)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한다. 상반기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해 강세장이 지속된 데다 IT섹터(업종)의 실적도 상승했다.
올 상반기 타이거200 IT레버리지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SK하이닉스, LG전자 등 IT주가가 승승장구한 결과 수익률 80%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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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공방. /사진제공=8퍼센트 |
◆노후도 즐긴다 ‘신 욜로족’
노년층도 100세까지 늘어난 노후생활을 즐기기 위한 욜로 재테크가 한창이다. 젊은층은 공격적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반면 노년층은 모아둔 자산을 활용해 여가생활을 보내는 데 무게를 둔다. 수익 창출이 아닌 만족스런 소비에 재테크 목적을 둔 것이다.
대표적인 욜로 재테크는 주택연금을 들 수 있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주택소유자나 배우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기간 동안 월별로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주택연금은 지난해 내집연금 3종세트 출시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 올 1분기 신규 가입자가 역대 최고치인 3927명을 기록했다.
만약 54년생(만 63세) 남성이 시세 3억원의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종신형으로 가입하면 매월 약 70만원을 지급받는다. 44년생(만 73세) 남성이 같은 아파트로 주택연금을 신청하면 월 수령액은 104만원으로 오른다.
주택연금을 신청한 노년층은 유동성 부족으로 닥칠 수 있는 노후빈곤 등 위기에서 벗어나 만족스런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집이 없다는 미안함도 잠시, 자식들의 생활비 지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수억원짜리 집이 있어도 단돈 몇천원 지출을 망설이는 노년층이 주택연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주택이 담보로 잡혀 있더라도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어 유동자금이 필요한 노년층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더해야 진짜 ‘욜로 재테크’
재테크전문가들은 욜로 재테크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욜로족이 취미나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투자에 급급해 원금손실 등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이나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P2P투자, 크라우드펀딩은 재테크에 나서기 전 관련 종목의 기본지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투자상품에 대해 금융전문가와 상담하고 위험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차미나 크라우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P2P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각종 불법·유사수신행위가 생기고 있다”며 “P2P투자와 크라우드펀딩은 원금손실 등 투자 위험성이 크므로 상품내용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