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는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에서 필수 전략으로 꼽힌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디지털금융도 마찬가지다. 해외 현지 금융회사의 모바일금융 또는 핀테크기업과 제휴를 통해 그 나라 고객에게 친숙하고 차별화된 디지털금융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신흥국인 동남아시아에선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현지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정서를 담은 디지털금융으로 현지 고객을 유치한다는 포부다.


NH농협은행-VIMO 베트남 현지 업무제휴 모습. /사진제공=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VIMO 베트남 현지 업무제휴 모습. /사진제공=NH농협금융지주

◆현지 모바일뱅킹, 핀테크업체 제휴
4대 금융지주의 디지털금융 전략은 현지 금융회사의 디지털뱅킹이나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에서 시작된다. 이를 통하면 각기 다른 나라의 디지털금융이 만나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융합되고 나아가 현지 고객에게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동남아시아 금융회사와 디지털금융 제휴에 박차를 가했다. 윤종규 회장은 올 상반기 첫 해외출장으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4개 국가를 방문해 동남아 해외진출 확대를 주문했고 각 사무소에 들러 현지 금융회사 모바일뱅킹과의 서비스 제휴를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KB금융의 디지털금융과 동남아 디지털금융이 제휴한 사례는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디지털뱅크 ‘리브(Liiv) KB 캄보디아’가 대표적이다.


리브 KB캄보디아는 현지 은행의 모바일뱅킹과 전자화폐(E-money)사업자와 공동 구현해 현지화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좌이체 같은 금융서비스는 물론 캄보디아 공용어인 크메르어를 포함한 3개 국어 채팅과 선불 휴대폰 충전 등 현지 특성에 맞는 생활 밀착형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 근로자와 그의 가족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송금할 수 있다”며 “앞으로 아클레다은행, 카나디아은행의 디지털금융서비스를 활용해 출금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법인에 현지 핀테크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신한퓨처스랩 베트남(SFL-V)을 오픈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직접 기술력이 풍부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은행, 카드 등 계열사가 멘토링을 하고 사업화와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또 현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창업 지원 단체, 현지 대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멘토그룹으로 참여해 종합 지원한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현지 창업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취지여서 베트남 금융당국뿐 아니라 과학기술국, 교육부 등 관계부처도 환영한다. 신한퓨처스 베트남은 지난 1기에 5개 기업이 활동했고 2기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창업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국내에서 신한퓨처스랩이 시너지를 내고 있어 베트남에서도 현지에 특화된 디지털금융서비스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15년 출범한 신한퓨처스랩은 1기, 2기를 거쳐 현재 3기를 진행 중이며 현재 국내 40개여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신한금융 계열사와 파트너로 제휴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은 ICT발달과 스타트업기업의 증가로 현지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퓨처스랩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신한베트남은행이 베트남의 핀테크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좌이체, 송금에서 결제까지 혁신

금융지주의 디지털금융은 송금과 결제서비스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지 고객은 단순한 계좌이체를 넘어 송금과 결제수단으로 국내 디지털금융을 활용하고 있다.

송금·결제사업에서도 현지 금융회사, 핀테크업체와의 교류를 강화한다. 이를 테면 현지 고객이 평소 사용하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송금거래가 가능하도록 현지 은행 모바일뱅크와 제휴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의 ‘원큐(1Q) 트랜스퍼’ 해외송금서비스를 강화했다. 어느 은행인지, 계좌번호가 뭔지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해외로 송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수취인은 송금 도착 문자를 받은 후 본인이 원하는 수취방법을 선택해 송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특히 원큐 트랜스퍼는 최근 캄보디아와 미얀마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각각 아클레다은행과 캄조아은행과 손을 잡고 송금과 무역금융 분야의 전략적 업무제휴를 추진 중이다.

NH농협금융은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베트남’ 버전 출시를 앞두고 모바일 결제업체인 비모(VIMO)와 손 잡았다. VIMO는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대형 모바일 결제회사로 1000만 회원과 탄탄한 오프라인 제휴처를 보유해 베트남 고객의 올원뱅크 사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젊은층의 모바일 사용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원뱅크는 VIMO와 제휴해 송금, 결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등 전자지급 서비스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농협은행은 VIMO제휴로 베트남을 찾은 관광객들이 호텔과 면세점 등에서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QR코드 결제’와 전자지갑을 활용한 ‘베트남 해외송금’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베트남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일정관리·커뮤니티 ‘티고’(TIGO)와의 제휴도 추진한다. 지난달 초 한-베트남 친선IT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고객들이 올원뱅크에서 자산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뱅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TIGO서비스는 가족, 지인들 간의 메신저 기능과 함께 간편 송금, 경조금 보내기 등을 한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일정 관리 및 커뮤니티 서비스다. 농협은행은 TIGO 서비스를 비롯해 이 대학 졸업생들이 개발하는 서비스를 올원뱅크에 탑재하는 등 현지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지역과 가족 구성원 간의 결속력이 강해 TIGO 같은 서비스가 현지에서 통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지점과 연계한 비대면 글로벌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