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고점랠리를 이어오던 코스피지수가 지난 21일 종가기준으로 2450선을 돌파하며 다시 한번 레벨을 높였다. 코스피는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과 뉴욕증시 호재에 따른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2500선 돌파에 나섰다. 증권업계는 코스피가 하반기에 2500선을 넘어 26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등 추가상승을 점친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말이 있다. <머니S>는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증권전문가 3인에게 하반기 ‘코스피 위험요소’를 들어봤다.


 (왼쪽부터)박희정 키움증권, 이종우 IBK투자증권,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박희정 키움증권, 이종우 IBK투자증권,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제공=각 사

◆코스피 위험요소① 유럽·미국 긴축정책
전문가들이 꼽은 하반기 코스피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글로벌경기와 정책 향방이다. 8월에 열리는 미국 경제심포지엄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유럽과 미국의 매파적 발언이 예상되고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담에서 증산이 결정되면 공급과잉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국내증시에 악재가 된다는 분석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양적완화 축소(매파적)를 시사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외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과 긴축 전환에 이어 캐나다가 지난 12일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ECB마저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흡수 국면이 빨라질 전망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코스피 내 외국인 이탈 가속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의 매도세가 포착되고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10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기업 실적이 좋더라도 글로벌 긴축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코스피는 선진국통화정책의 긴축 여부에 달렸다”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둘기파(완화)적인 발언을 했지만 유럽은 긴축 칼을 빼들었고 미국 역시 경기가 회복되면 긴축정책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코스피에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시장의 방향이 긴축으로 향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기업의 실적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둔화될 전망이라 코스피에 자금을 계속 묶어둘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이미 어깨까지 오른 코스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국내 IT주를 사들인 외국인투자자의 차익실현욕구가 높아져 시장에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의 경우 올 3분기 이후 기저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경기의 호전이 뚜렷해져야 수출이 많아지고 코스피 역시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하반기 코스피는 글로벌경기의 향방에 달렸다는 게 박 센터장의 의견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기업의 경우 지난 1분기와 2분기 이익이 이미 최고치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하반기에 드라마틱한 이익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유럽과 미국 등의 긴축이 시작되면 국내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경기에 코스피의 향방이 놓인 상황에서는 각 산업별 상황이나 요소보다는 주가 그래프의 흐름을 보고 투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 코스피 시작은 2000이 안됐지만 하반기 코스피 시작은 2400부터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라며 “이를테면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2600에 육박하거나 삼성전자의 주가가 주당 300만원에 도달할 경우 등이 매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위험요소② 하반기 반도체 경기

코스피 상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IT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필두로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국내증시의 호황을 이끌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국내증시의 움직임도 반도체 경기 전망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다행히 주도주인 IT의 경우 업종 특성상 3분기가 가장 성수기”라며 “하지만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수입의 70%를 가져가기 때문에 중국의 IT 판매 둔화와 부진은 코스피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IT업종의 펀더멘털이 나빠서 ‘팔자’에 나섰다기보다는 차익실현부분에서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IT업종의 펀더멘털과 업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하반기 국내증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증시의 안정성 여부와 반도체 중심의 경기 확장 여부 등 두가지 요인의 조합에 달렸다. 증시를 이끈 ‘반도체 슈퍼사이클’ 모멘텀에 따라 앞으로 시장 흐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센터장은 “반도체 사이클은 내년까지 좋을 전망”이라며 “주도주인 IT는 올해 어느 정도 주가가 유지되겠지만 다른 업종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지 않으면 코스피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까지 IT업황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오히려 과열된 IT시장을 코스피 위험요소로 꼽기도 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IT주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심리가 팽배한데 이는 오히려 시장의 자금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2500까지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고 올해 상승랠리를 이끈 IT와 금융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3분기 중반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하지만 일부 종목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주가 상승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실적 신화’를 기대하며 IT주에 편중해 매수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개인투자자의 경우 코스피 상승장에 조바심을 느껴 무조건 쫓아가는 흐름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