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로드맵 '딥체인지'를 실현하기 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그룹의 미래를 건 인수합병(M&A)과 미래 먹거리 확보가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 최 회장의 ‘믿을맨’으로 불리는 박 사장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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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
◆‘딥체인지2.0’ 성과 가시화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경영화두로 제시한 딥체인지는 각 계열사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최근 여기에 새로운 개념이 추가됐다. 최 회장이 지난달 19일 ‘SK 2017 확대경영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딥체인지2.0'을 새 비전으로 제시한 것.
최 회장은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이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내 M&A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은 최 회장을 도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작업을 주도해 미국 베인캐피털, 일본 산업혁신기구 등과 함께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도시바메모리 주력공장인 욧카이치공장을 함께 운영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도시바메모리 매각 반대에 따른 법적소송 등으로 진척은 더디지만 SK는 도시바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박 사장은 과거 그룹 도약의 변곡점이 된 중요한 M&A마다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SK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매번 최 회장을 보좌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포화상태로 접어든 이동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SK㈜ 대표이사에서 올 초 SK텔레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사장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 차세대사업 중심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사업의 경우 지난달 19일 국내 통신사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자율주행차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마련된 테스트 트랙과 일반도로에서 시험주행을 하게 됐다.
앞서 박 사장은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차 전체에 센서가 부착돼야 하는데 센서가 차 밖의 도로환경이나 주변 차량과 통신하는 것이 우리의 사업영역”이라며 “이를 통해 더욱 복잡해지는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자율주행차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힌 지 반년도 안돼 가시적 성과를 보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발판으로 ‘제네시스 G80’을 개조한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AI 소프트웨어, 3D HD맵 솔루션, 지형지물 감지 센서(레이더·라이더·카메라) 등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5G-자율주행차 연동 ▲주요 도로 3D HD맵 제작 ▲주행 공개시연 등 국내외 자율주행기술 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자동차, 전자, 장비업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업계의 장벽이 없는 공동연구를 통해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자체 기술로 자율주행 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개척 ‘순항’
AI도 박 사장이 주목하는 분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한 후 국내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AI를 그룹 전체 효율성과 역량 개선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AI와 콘텐츠의 결합을 통한 신사업 개척도 순항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7일 한류 콘텐츠 대표 사업자인 SM엔터테인먼트와 ‘겹사돈’ 관계를 맺고 미래지향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해 신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박 사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이날 계열사인 아이리버 및 SM컬처앤콘텐츠(SM C&C)를 주축으로 한 광범위한 상호 증자 및 지분 양수도를 통해 차세대 콘텐츠사업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고품질 음향기기제조사인 아이리버와 드라마 예능 콘텐츠 제작사 SM C&C에 각각 250억원, 650억원의 유상증자를, SM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와 함께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400억원과 73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번 협약으로 SK텔레콤은 SM C&C의 2대주주가 되며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리버의 2대주주가 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사가 사업 인프라 공유를 통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K텔레콤은 AI 및 미디어 관련 역량, 음악 관련 기기 제작과 광고사업에 대해 풍부한 역량을 갖고 있고 SM엔터테인먼트는 스타 지적재산권과 콘텐츠 제작 역량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ICT와 콘텐츠분야 최강자인 양사의 전략적 제휴로 한류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들과 공유 인프라를 확대해 국내외 AI 기반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공유 인프라 확대는 최 회장이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박 사장은 SK텔레콤, SK C&C, SK 등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비서실장을 맡아 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딥체인지의 중심에 선 박 사장이 앞으로 SK에 어떤 성장의 회오리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 프로필
▲1963년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뉴욕사무소 지사장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전무) ▲SK C&C Corporate Development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SK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 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1963년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뉴욕사무소 지사장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전무) ▲SK C&C Corporate Development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SK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 사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