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 나가던 1세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 포화에 따른 과당 경쟁, 무리한 투자, 갑질 논란 등으로 리스크를 떠안은 데다 내수침체까지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걷는 것. 일명 ‘토종부심’을 자랑하던 프랜차이즈 1세대 대표들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이름을 들으면 알 정도였던 브랜드가 하나둘 쓰러지자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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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훈 KH컴퍼니 대표이사. /사진=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 성공신화의 비극… 이유는?
지난달 25일 강훈 KH컴퍼니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는 24일 오후 5시46분께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로 회사 직원에게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 대표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고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한국판 커피왕’, 프랜차이즈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 인물. 그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국내 스타벅스커피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면서 커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해 시장에 안착시켰고 카페베네로 무대를 옮겨 ‘최단 시간 최다 매장 출점’이라는 고속 성장을 이끌어냈다.
2011년엔 망고식스를 창업, 이후 KJ마케팅을 인수하고 자매브랜드인 쥬스식스와 커피식스를 론칭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올해도 망고식스미니와 디저트브랜드 디센트 등을 잇따라 론칭한 바 있다.
업계의 우려가 커진 시점도 이쯤이다. 강 대표가 내실 다지기보다 무리한 외형 확장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그가 이끌던 망고식스는 매장 수가 현저히 줄고 수익구조가 나빠지면서 2015년과 지난해 각각 10억원,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6% 줄어든 106억원에 그쳤다. 결국 KH컴퍼니와 KJ컴퍼니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종브랜드의 명맥이 가장 먼저 끊긴 곳이 커피·음료시장”이라며 “저가에 밀리고 고급에 치여 생존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수습책으로 단행한 사업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몸담았던 카페베네도 창업주인 김선권 대표의 무리한 신사업이 발목 잡히면서 지난해 창립 8년 만에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2014년 1400억원이 넘었던 카페베네의 매출은 계속 내리막길. 적자폭도 늘어나 올 1분기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80억여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강 대표와 함께 할리스커피를 창업했던 김도균 대표가 2001년 창업한 탐앤탐스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 탐앤탐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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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석하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 토종 피자브랜드의 슬픈 민낯
커피 프랜차이즈뿐만이 아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역시 2015년 적자전환한 후 지난해 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불법행위가 적발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 전 회장은 최근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구입하면서 자신의 동생, 아내 명의로 된 회사 등을 중간업체로 끼워 넣는 방법으로 가격을 부풀려 50억원대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판단한 그의 횡령·배임액만 90억원에 달한다.
정 전 회장은 또 가맹점주를 상대로 갑질을 해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의 딸과 사촌형제, 사돈까지 공짜 월급을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친척 및 측근들에게 수년간 29억원 상당의 급여 및 차량, 법인카드 등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경비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갑질의 대명사로 전락한 그지만 과거엔 국내 피자업계의 전설로 통하기도 했다. 그는 1990년 일본브랜드였던 미스터피자의 판권을 들여와 10년 뒤 오히려 일본 본사를 역인수하면서 한국 토종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이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신메뉴 개발과 소비자트렌드 반영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2009년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 해외브랜드를 제치고 토종브랜드로 업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미스터피자의 몰락은 초심을 잃고 일방통행과 전횡을 일삼은 정 전 회장의 욕심이 불러온 참사”라며 “결국 지금의 오너 갑질 논란과 불공정행위 등으로 입는 피해도 모두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것이다. 현재 가맹점주 대부분이 매출 감소로 폐업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랜차이즈산업의 체질이 개선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가맹본부가 일정 기간 직영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 진입장벽을 높이고 가맹본부의 법적책임을 강화해 ‘롱런하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맹점주는 “더 이상 외형확장에 목을 맨 브랜드나 갑질에 기대 성장하는 프랜차이즈가 나와선 안된다”며 “본사의 경영책임과 가맹점의 운영책임이 모두 커지더라도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