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가 심상찮다. 1년 넘게 상승하던 주가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발표하자마자 하락세로 반전했기 때문이다. 실적이 오르면 대체로 주가도 상승하기 마련인데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오간다. 그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이끈 SK하이닉스의 동력이 다한 것일까.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주가 상승여력이 충분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공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공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재점화된 반도체업황 정점론에 주가 급락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열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 영업이익 3조500억원을 달성하며 전 분기대비 23.6% 증가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기대치인 2조9700억원을 넘어선 실적이다. 2분기 매출액도 전 분기보다 6.4% 늘어난 6조69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사상 최고 분기실적 달성 소식에도 맥없이 추락했다.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주가는 7만4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56% 하락했고 다음날 역시 전 거래일 대비 5.11% 떨어진 6만6800원에 장을 마쳤다. 1년여 전부터 이어진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달 24일 7만3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다음날부터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이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 거침없이 오르던 주가가 내려앉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왔다. 머지않아 메모리반도체시장이 공급과잉상태에 이를 것이고 불황까지 겹칠 것이라는 예견도 들렸다. 또 몇몇 외국계 증권사가 제기했던 ‘반도체업황 정점 논란’이 재점화된 것도 주가 급락 배경이다.

JP모간은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D램 마진은 올 3분기 고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에는 실적악화가 우려돼 차익실현을 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앞서 유비에스도 “1~2년 오르다가 떨어지는 D램 가격 사이클을 살펴보면 조만간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할 것”이라고 반도체 정점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반도체 수요가 탄탄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는 증권사가 더 많다. 오히려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증권사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현대차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6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KTB투자증권은 8만7000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기존 8만6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올려 잡고 반도체업종 내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머니S톡] '내년'이 기다려지는 SK하이닉스

◆이미 반영된 불황진입론… 투자매력 ‘충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대다수의 증권사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라본 이유는 ‘반도체 불황’에서 찾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과거 SK하이닉스 주가는 반도체 호황에서 PER(주가수익비율) 5배 안팎의 낮은 멀티플을 받았다.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곧 닥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하락한 주가는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 5.1배로 불황진입 이슈가 이미 반영된 상태였다.

반도체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힘을 잃는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가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반도체시장은 일반적으로 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보이는데 이번엔 다르다는 것. AI(인공지능), 클라우드서비스,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D램 설비투자전략 변화는 이번 호황이 과거보다 더 크고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앞서 삼성전자는 D램에 과감한 설비투자를 집행했는데 단기 이익 감소보다 중장기 이익 증가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기 이익 증가를 위해서는 수요 고성장뿐만 아니라 기술격차 확대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기술격차가 커야 후발업체 퇴출에 의한 점유율 상승이 가능해서다.

여기서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6일 D램 수요의 안정적인 대응과 낸드 생산용량 확대를 위해 설비투자금액을 7조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을 더 늘리기로 한 점은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포인트다. 반도체 불황 우려 속에서 후발업체들은 D램 투자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D램에서 고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2거래일 만에 8.49%나 급락한 주가는 지난달 27일 6만84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전날 대비 2.40% 회복했다.

추락했던 주가가 활력을 되찾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D램과 낸드 출하량 증가 및 양호한 가격 상승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대비 각각 17.0%, 18.9% 증가한 7조8000억원과 3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각각 18.9%, 21.3% 늘어난 7조8900억원과 3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31조5900억원과 14조2400억원으로 추정하며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이미 불황진입을 가정한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은 상태라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며 “과거와 다른 반도체 사이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SK하이닉스가 저평가된 점과 앞으로 고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도시바 반도체 매각으로 낸드 반사 수혜 등이 기대되는 점에서 여전히 충분한 매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