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일시 중단됐다. 신규 원전 건설 지속 여부는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탈핵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충돌하고 있다는 것. 같은 사안에 대한 양측의 서로 다른 주장은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60년 탈핵 목표

지난달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60번째 과제는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제로시대로 이행하겠다는 탈원전정책이었다. 원전 신규 건설 계획(추가 6기)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금지 등의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을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에 반영해 2060년까지 탈핵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현재 전력생산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원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와 LNG 등으로 대체해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계획이다. 또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정책을 재검토하고 지난 6월 영구정지를 결정한 고리 1호기를 원전해체산업 육성의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위한 첫 관문 격인 공론화위원회도 지난달 24일 공식 출범했다. 대법관 출신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10월21일까지 3개월가량 설문조사, 배심원단 구성·운영, 공청회 등을 진행해 최종적으로 신고리 5·6호기 지속 건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탈핵반대 측을 의식해 공론화위원회에 최종 결정권을 넘겼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을 통해 국내 에너지산업의 질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2060 탈핵’은 문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제시한 미래 에너지 비전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가재정전략위원회에서 “앞으로 60여년간 원전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며 “석탄에너지를 줄이고 LNG 발전을 더 늘린다고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지는 않는다”고 세간의 전기료 인상 우려를 일축했다. 

반면 탈핵반대 측에선 탈원전정책이 전기료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 바른정당이 개최한 ‘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정부 계획대로 2030년까지 원자력·석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하면 전기료가 3.3배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발전소 구성과 전력 수요가 완전히 결정돼야 산출할 수 있으므로 올해 말로 예정된 8차 전력수급 계획이 나와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며 “전기료를 결정할 요소가 정해지지 않아 현 단계에서의 전기요금 예측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탈핵반대 측에선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근거로 탈원전정책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IAEA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31개 국가에서 총 44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건설 중인 원전은 총 63기다. 


얼핏 보면 원전이 확대되는 추세로 보이지만 최근 20년간 전세계 원전 규모는 410~450기를 유지하고 있다. 수명이 다해 가동을 중단한 노후 원전의 수만큼만 새로운 원전이 생겨난 셈이다.


특히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은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쇄하고 새로운 원전을 거의 짓지 않는 쪽으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잡았다.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인 국가는 중국(20기), 러시아(7기), 인도(6기), 아랍에미리트(4기) 등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다. 원전 4기를 건설 중인 미국은 3년 이상 공사가 지연돼 준공 여부가 불투명하며 1기를 새로 짓는 프랑스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만큼 건설 여부가 유동적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DB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DB

◆에너지 패러다임 바뀐다 
환경과 비용 부분에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탈핵반대 측에선 원자력이 파리기후변화협약(2015)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부합하는 가장 청정한 에너지이자 현존하는 발전방식 중 단가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한 토론회에서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전을 LNG발전소로 대체하면 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전의 발전 단가가 가장 낮은 것은 사실이다. 1kWh당 발전 단가는 원전(68원), 석탄(73.8원), LNG(101.2원), 신재생에너지(156.5원)순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신정부 전원구성안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고 고비용의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면 2029년 발전비용은 지금보다 약 2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기술수준을 토대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비교하는 것은 미래시장과 기술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관점”이라며 “5~7년 후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원전 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예측으로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