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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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이 상품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투자에 유의하세요.”

올 연말이면 친절한 로봇이 사람의 금융상담을 돕는 ‘챗봇’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LG CNS와 손잡고 12월 LG전자 휴머노이드 로봇 엘리가 상담해주는 챗봇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인공지능(AI) 비서 챗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수다를 떠는(chatter)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사람 대신 문자나 음성으로 고객의 자산관리를 도울 계획이다.

시중은행은 챗봇 도입으로 사람이 하던 업무를 대체해 인건비를 감축하고 보다 다양한 투자시뮬레이션 등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카카오뱅크와 비슷하게 비대면 채널에 챗봇 서비스를 적용하고 24시간 365일 친절한 금융상담이 가능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대화형 엔진, 짜인 각본에 대답하는 수준


챗봇 서비스는 고객이 콜센터나 홈페이지에 문의한 내용을 빅데이터로 구축해 특정 키워드를 입력한 사용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구조다. 아직까진 시나리오로 입력한 대화만 가능한 수준이다. 상품정보를 물어보면 관련 상품을 객관식으로 선택하도록 나열한다.

상품안내, 자주 묻는 질문(FAQ), 이벤트 등의 항목을 놓고 질문하면 여기에 적합한 답변을 해주는 방식이다. 

현재는 은행이 AI플랫폼을 만든 후 지속적으로 AI가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수집하고 전담부서의 직원이 관련 지식을 입력하는 두가지 방법이 동시에 이뤄진다.

대다수 은행은 IT업체가 제공하는 엔진과 솔루션을 도입했고 신한은행은 독자 AI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고객상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주제별로 파악해 단계적으로 상담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패턴 학습, 사람 감정도 파악한다

아직까지 챗봇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미즈호은행도 3년 이상 500억원을 투자해 챗봇을 개발했으나 상담원에게 최적의 대답만 골라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챗봇에 데이터가 쌓이면 고객 감정까지 읽는 수준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대화 예시가 저장되고 고객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패턴이 학습되는 것이다.

은행에서 챗봇 쓰임새는 주로 고객 상담 업무에 사용되지만 상품 추천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정보 분석, T시스템 보안 취약점 분석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챗봇을 기반으로 한 고객 자산관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용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하이 로보(Hai Robo)’를 출시했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우리 로보 알파’와 ‘엠폴리오’를 선보였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펀드 수익이 2%에 불과해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데이터가 비슷해 특정종목에 투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위기상황 대응능력도 더딘 단점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에 비해 수수료와 투자금 하한선이 낮아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며 “테스트베드, 알고리즘, 유효성, 시스템안정성, 보안성 등 다양한 검증을 거치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앞으로는 투자자가 재무목표를 설정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상담을 해주고 전문가와 함께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