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시장의 예상대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원전이용률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원전이용률 하락은 탈원전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내년까지 실적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한국전력이 당장 3분기부터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지금 수준에서 주가가 더 하락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국전력은 바닥을 찍은 저평가주고 지금이 투자를 고려할 때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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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나주혁신도시. /사진=머니투데이 DB |
◆역사적 저점… “오를 일만 남았다”
지난 7일 한국전력은 올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8.7% 감소한 846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시장기대치인 1조1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 수준이다. 한국전력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14년 4분기(8696억원) 이후 10분기 만이다. 매출액 역시 12조9255억원으로 2.6%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3589억원으로 79.7% 감소했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감소한 이유는 원전이용률이 75.2%(회사 기준)로 지난 6월 말까지 제시하던 가이던스 78%를 밑돌면서 연료비와 구입전력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전력판매수익은 1.7% 감소했는데 연료비와 구입전력비가 각각 18.0%, 45.6% 증가한 것. 게다가 석탄과 LNG 투입단가는 지난해 대비 각각 37.2%, 21.1% 올라 비용부담이 커졌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발전량 증감률이 원자력 -7%, 석탄 +6%에 그쳤고 PPA(직거래민간발전)를 포함한 IPP(민자발전산업)로부터의 구입량과 구입금액은 각각 25%, 47.3% 증가했다.
한국전력이 실적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종가기준 한국전력의 주가는 4만4450원이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1년 전 같은 날 주가인 6만2600원에서 28.99%(1만8150원)나 증발됐다. 그나마 지난달 28일부터 4만4000원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5만2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전력의 주가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한국전력이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지난 7일 전후로 주가 등락폭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실적을 공시한 날 4만4050원이었던 주가는 다음날 4만4550원으로 1.14%(500원) 올랐다. 한국전력의 부진한 실적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 주가가 저점에 근접한 것을 반대로 해석하면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강승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3배로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지금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워 하방경직성이 확보됐다”며 “탈원전 이슈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고 바닥인 2분기 실적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내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전력은 PER(주가수익비율) 5.3배, PBR 0.4배에 불과한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돼 주가 반등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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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부터 실적상승 기대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전력의 주가는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실적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부진을 주도한 원전이용률 감소가 하반기에는 다시 증가할 게 뻔해서다. 원전은 17개월가량 운전을 한 뒤 핵연료 교체를 위해 가동을 멈춰야 한다. 이때 원전에 대한 정기검사를 비롯해 각종 기기의 성능점검 등을 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실시한다. 올해는 계획예방정비 일정이 상반기에 집중됐기 때문에 올 3분기 이후에는 원전이용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하반기부터는 늘어난 기저발전(원전+석탄발전)설비 덕분에 실적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발전설비용량은 114GW로 전년 동기대비 13.5% 늘었다. 특히 기저발전 용량은 58GW로 16.1% 증가했다. 고리 1호기 영구 중단에도 다수의 신규 석탄발전과 원전이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분기까지는 원전과 석탄발전기 이용률이 하락해 발전믹스 개선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 3분기에는 석탄발전 이용률이 83%로 회복되고 지난 6월 말 가동을 시작한 신규 석탄발전 3기를 비롯해 다음달 신규 선탁발전 1기의 상업운전이 예정돼 발전믹스가 상반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에는 4월 가동 예정인 신한울 1호기와 9월로 예정된 신규 원전 신고리 4호기의 상업운전으로 신규 원전 2기의 가동 효과도 볼 수 있다.
양지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전력의 연간 실적 시장기대치는 연초 이후, 특히 지난 5월 새정부 출범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올해와 내년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 컨센서스는 각각 6.0%, 7.2%이고 주가는 하반기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회복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전력의 하반기 전망이 낙관적으로 펼쳐지면서 대다수의 증권사가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5만8000원을 제시했다. 또 KTB투자증권은 ‘매수’와 목표주가 5만7000원, 키움증권은 ‘매수’와 목표주가 5만6000원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매수’와 목표주가 5만4000원을 유지했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지난 10일 주가인 4만4450원보다 9500~1만4000원 높다.
물론 한국전력이 상승 모멘텀만 지닌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을 걸림돌로 지목했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지난 4월 ㎏당 30원으로 6원 인상된 개별소비세가 내년 4월부터는 ㎏당 36원으로 한차례 더 인상된다. 강승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3829억원, 연간 5200억원 수준의 연료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개별소비세 인상으로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발전(급전)순위가 바뀌진 않았지만 한국전력의 환경관련 사회적비용이 서서히 증가하는 정책기조는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