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지적재산권(IP)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모바일게임에서 IP를 활용한 게임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매출로 이어지면서 게임사들이 ‘IP 모시기’에 혈안이다. IP는 콘텐츠부터 타이틀, 캐릭터, 스토리라인, 소스코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권리를 아우른다. 과거 PC게임이 주류였던 시절 IP는 지금과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지 못했다. 하지만 게임시장이 모바일플랫폼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게임콘텐츠 소비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자 게임업체들은 쉽게 소진되지 않는 콘텐츠를 찾아 나섰고 IP를 활용한 게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IP게임에 불지른 포켓몬 고

초기 게임업계의 IP는 캐릭터에 국한됐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 등이 잇따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업계는 IP의 파괴력을 실감했다. 한때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IP를 활용한 캐주얼게임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비슷한 이름과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 범람하자 시장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뉴스1 DB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뉴스1 DB

지난해 중반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적인 이슈를 불러온 나이언틱의 ‘포켓몬 고’는 등장과 동시에 국내 게임시장을 뒤흔들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현실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수집하는 단순한 게임이 ‘포켓몬’이라는 IP와 만나 대박을 쳤다.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포켓몬 고에 열광하는 사람이 늘었고 올 초 정식으로 출시되자마자 기세를 떨쳤다. 포켓몬 고는 안드로이드와 iOS 사용자 합산 1000만명에 육박하는 다운로드 기록을 세우며 각종 매체에 연일 이름을 올렸다.
포켓몬 고는 약 3주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IP의 위력을 실감한 게임업체들은 본격적으로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힘을 실었다. 

상반기의 주인공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를 도입한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이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레볼루션은 국내 게임사상 최고의 IP로 평가받는 리니지를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출시 한달 만에 206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한 레볼루션은 출시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모바일게임시장 매출 최상위권을 점유 중이다.

하반기는 같은 리니지 IP를 활용한 엔씨소프트 ‘리니지M’의 독무대다. 리니지M은 게임 초기 각종 이슈에 휘말렸지만 리니지 IP를 앞세워 '린저씨'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리니지M은 출시 첫달 기준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IP 분쟁, 화해부터 법적대응까지

IP게임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입의 원천이 되는 IP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IP분쟁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벌이는 ‘미르의전설2’(이하 미르2) 관련 분쟁이다.

미르2 분쟁의 시작은 지난해 7월 위메이드가 중국의 킹넷과 약 300억원의 IP제휴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르2의 공동소유주인 액토즈소프트와 협의 없이 진행한 이 계약을 두고 액토즈소프트가 한국과 중국 법원에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양사의 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국과 중국 법원이 각각 다른 판결을 내린 것도 문제를 키웠다. 한국법원은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준 반면 중국법원은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인 샨다게임즈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중국법원의 판결에 대해 위메이드는 샨다게임즈가 미르2의 IP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샨다게임즈는 자사와 협의 없이 위메이드가 미르2의 IP라이선스 협력을 시도한 것에 대해 법적대응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이 공방은 양측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소송전으로 번져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에는 카카오와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도 분쟁에 휘말렸다. 두 회사는 프렌즈팝 IP 및 카카오톡을 통한 채널링 계약이 끝나자 사업모델 변경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프렌즈팝 IP를 보유한 카카오가 게임 퍼블리싱 권한을 요구했지만 NHN엔터가 이에 반발하면서 아예 게임서비스가 종료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프렌즈팝은 카카오의 IP로 NHN엔터의 자회사가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까지 맡았다. IP는 물론 게임 출시 플랫폼도 카카오톡을 통했던 만큼 카카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게임 개발사와 IP제공사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던 지난 8월22일 양사는 극적으로 합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사의 요구사항인 프렌즈팝 유통을 담당하고 NHN엔터에 이전과 같은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NHN엔터 한 관계자는 “기존 계약구조에서 카카오가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쏟아지는 IP게임… 개발은 ‘글쎄’

IP관련 분쟁이 점차 확산되면서 업계는 각사의 IP를 재활용하는 데 골몰하는 분위기다. 넷마블은 블루홀과 함께 ‘테라’ IP를 활용한 테라M을 출시할 예정이다. 테라는 전세계 2500만명이 즐긴 PC온라인게임으로 이를 모바일로 옮긴 ‘테라M’이 9월 중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도 ‘블레이드앤소울’과 ‘아이온’ 등 PC온라인게임의 IP를 모바일에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간 모바일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넥슨도 트렌드에 맞춰 ‘테일즈런너’의 IP를 활용한 ‘테일즈런너R’을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업계의 연이은 IP활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큰 개발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일정수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IP에 주목하는 것이 최근 한국 모바일게임시장의 트렌드”라며 “다만 새로운 IP의 개발이 아닌 오래된 IP 재활용에 집착하다 자칫 단기적인 매출 증대효과 이상을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