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푸조 3008 GT. /사진제공=푸조
New 푸조 3008 GT. /사진제공=푸조

프랑스차는 그동안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특유의 낭만과 멋을 추구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고른 만족감을 줄 수 없었던 것. 사람들 대부분이 미국·독일·일본차에 길들여진 탓일 수도 있다.
자동차는 생산국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반영되는 독특한 공산품이다. 프랑스는 세계 5대 핵보유국이면서 최첨단 전투기와 항공기를 만들 수 있고 고속철도 TGV를 보유한 나라다. 기술력이 없어서 이상한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는 얘기다.

프랑스는 예술과 패션의 중심지가 아니던가. 여러 명품브랜드의 본거지이며 파리 콜렉시옹(컬렉션)을 통해 패션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다. 하지만 앞서가는 개성과 감성이 언제나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지에서 반응이 좋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쏟아질 수 있다. 외부인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 프랑스 패션과 푸조-시트로엥 차종이 갖는 공통점이다. 


SUV로 분류되는 푸조의 구형 ‘3008’도 정체불명 콘셉트로 꼽혔다.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마니아를 만들었지만 SUV처럼 보이지 않는 귀여운 외관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던 푸조가 최근 큰 변화를 추구했다. 제품의 특성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했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눈높이에 맞췄다. 디자인을 통해 기술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3008은 최첨단 시스템을 멋스럽게 표현하면서 강한 인상을 갖춘 SUV로 거듭났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글로벌 출시 이후 올 상반기까지 약 15만대 판매를 기록했고 올 초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SUV 최초로 ‘2017 올해의 차’(2017 Car of the year)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울러 ▲2017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영국 카 바이어 2017 올해의 SUV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 2016 베스트 인테리어 등 전세계에서 26개의 상을 수상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출시 이후에도 물량부족에 허덕인 배경이다.

New 푸조 3008 GT 디테일. /사진제공=푸조
New 푸조 3008 GT 디테일. /사진제공=푸조

◆3008, GT로 꽃피우다
이번에 시승한 3008의 최상위트림 GT는 브랜드의 철학과 자신감을 충분히 표현한 차다. 프랑스 감성을 강요하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공감하도록 방향을 바꾼 게 느껴진다.


차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시선이 머물고 손이 닿는 부분의 소재와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 쓴 것이 눈에 띈다. 이전 모델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한 2세대 아이-콕핏(i-Cockpit)은 푸조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핵심요소인 '헤드업 디지털 인스트루먼트패널'은 농익은 디자인을 보여준다. 계기반이 불쑥 솟아있어서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없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12.3인치 LCD로 4가지 디스플레이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스티어링휠도 위아래를 납작하게 만들었는데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조작성을 높인 디자인이다.

3008 GT의 시트는 최고급 알칸타라 소재며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아랫부분도 같은 소재를 써서 고급스럽다. 차 곳곳을 금색 실 박음질로 장식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5가지 모드를 고를 수 있는 ‘8포켓 마사지 시트’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어노브나 각종 버튼도 미래지향적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비행기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느낌이다. 터널이나 지하주차장처럼 어두운 곳에서는 실내 무드등이 이 같은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문짝이 차체를 감싸는 랩도어 방식이 적용돼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주며 차체 쪽 문턱이 얇아져 승하차가 쉽다.

외관은 입체적인 크롬패턴이 적용된 역동적인 느낌의 전면부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곧게 뻗은 선과 부드러운 면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풀 LED 헤드램프, 3D LED 리어 램프, 19인치 휠이 당당함을 강조한다.


New 푸조 3008 GT. /사진제공=푸조
New 푸조 3008 GT. /사진제공=푸조

◆안정된 주행감각
주행감각은 스포츠카처럼 공격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역동적이다. SUV여서 하체의 상하 움직임이 큰 편인데도 불필요한 흔들림이 없어 고속주행에도 안정적이다. 일상에서는 세련되고 편안한 주행을 즐길 수 있고 가끔씩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프랑스차답게 브레이크와 핸들링 모두 경쾌한 편이다.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건 스포츠모드다. 모드변경버튼을 잠시 누르고 있으면 엔진과 배기 사운드가 바뀌는데 꽤 듣기 좋다. 밖에선 들리지 않는 가상의 사운드다. 게다가 308의 것처럼 소리가 과하지 않아 오래 켜놔도 불편하지 않다.

3008 GT의 핵심은 파워트레인. 블루HDi 2.0ℓ 엔진과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EAT6)가 맞물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2㎏·m의 힘을 발휘한다. 최근엔 7단이나 8단 같은 고단변속기 탑재가 대세다. 상징적인 차종에 6단변속기가 탑재된 건 아쉽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3㎞/ℓ(도심 12㎞/ℓ, 고속 14.3㎞/ℓ)며 SCR(선택적환원촉매시스템)과 DPF(디젤입자필터) 기술을 조합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은 90%, 미립자 오염물질(PM)은 99.9%까지 제거했다.

안전·편의장비도 대거 탑재됐다. 운전자가 설정한 거리에 맞춰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 및 제동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시스템’과 사고상황이 우려될 때 스스로 제동하는 기능,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기능, 운전자의 집중력을 경고하는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사각지대경고시스템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기본 적용돼 안전운행을 돕는다.


New 푸조 3008 GT 인테리어. /사진제공=푸조
New 푸조 3008 GT 인테리어. /사진제공=푸조

풀 LED 헤드램프, 핸즈프리 자동식 테일 게이트, 파노라믹 선루프, 스마트폰 무선충전시스템 등 풍부한 편의품목도 특징. 적재공간도 590ℓ로 넉넉하며 2열 시트 폴딩 시 최대 1670ℓ로 공간이 늘어난다.
3008 GT는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높은 연료 효율성, 그리고 고급스러운 디테일까지 갖춘 프리미엄SUV 모델이다. 다양한 매력으로 무장한 이 차의 가격은 4990만원이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비쌀 수도 저렴할 수도 있는 가격대다. 단정짓기 전에 꼭 한번 시승해보길 권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