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혹한기 테스트 중인 스팅어. /사진=기아차 제공 |
짜릿했다. 고급 수입 스포츠카를 타는 듯 착각이 들 정도다. 강력한 엔진의 힘을 단단한 차체가 받아주며 정교한 핸들링을 실현했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엔진 사운드까지 더해진다. 여기에 고급스런 소재와 정성껏 마무리된 실내 곳곳의 디테일은 만족감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기아자동차의 야심작 ‘스팅어’ 얘기다.
◆기아차 같지 않은데?
스팅어를 본 사람들은 “멋지다”, “기아차가 만든 줄 몰랐다”며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기아차가 선보인 적이 없는 스타일을 입어서다. 스팅어는 허리가 길쭉한 롱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높이가 낮고 긴 보닛 후드, 짧은 오버행으로 정통 스포츠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아차라는 것은 전면 호랑이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다.
![]() |
기아 스팅어. /사진=기아차 제공 |
전면은 특유의 그릴과 함께 날렵한 이미지의 헤드램프, 곧게 뻗은 커다란 공기흡입구, 볼륨감이 느껴지는 후드를 적용해 강한 인상을 연출했다. 측면은 균형감이 뛰어난 스팅어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특히 지붕의 선이 트렁크 끝으로 완만히 이어지며 쿠페의 모습을 표현했다.
후면도 개성이 넘친다. 검은색 머플러팁이 한쌍씩 2조로 구성돼 총 4개가 멋스럽게 드러났다. 리어 디퓨저와 볼륨감 있는 리어 펜더, 세련된 디자인의 리어 콤비네이션램프가 어우러져 특유의 디자인을 연출한다.
![]() |
스팅어 시트배열. /사진=기아차 제공 |
스팅어는 언뜻 보기에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4830×1870×1400(㎜)로 낮고 넓은 디자인이다. 휠베이스는 2905㎜여서 넉넉한 실내공간을 즐길 수 있다. 뒷좌석도 여유롭다. 다만 2열 시트 가운데 바닥의 센터터널이 높아서 가운데좌석에 앉는 건 매우 불편하다.
실내공간도 외관의 역동적인 개성이 이어진다. 항공기의 한쪽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 패드, 시인성을 높인 플로팅(Floating) 타입 디스플레이, 항공기 엔진을 닮은 스포크 타입의 원형 에어벤트, 다양한 조작감(다이얼, 텀블러 타입)의 버튼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 |
스팅어 운전석. /사진=기아차 제공 |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좋다. 손을 주로 쥐는 9시-3시 방향은 타공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시트도 스포츠 버킷 스타일이다. 나파가죽을 적용해 시각과 촉각 모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실내 장식은 최소화했다. 반짝거리는 유광 크롬소재 대신 은은히 금속 느낌을 전달하는 반광 크롬을 썼다. 아울러 리얼 스티치와 가죽이 어우러져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 |
스팅어 주행장면. /사진=기아차 제공 |
◆주행소감은 어때?
이번에 시승한 건 스팅어 라인업 중 최상위에 포진한 3.3 T-GDi GT AWD 모델이다. 배기량 3342cc의 터보 가솔린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70마력(ps), 최대토크 52.0㎏.m의 성능을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9초가 걸린다는데 체감속도는 이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 기능 덕분이다. 실제 엔진음을 조율해 꽤 자연스럽게 증폭해서 들려주므로 운전자는 훨씬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스팅어는 전반적으로 고급 스포츠카의 느낌을 표현하려 애썼다. 8단 자동변속기와 AWD시스템의 조합도 수준급이다. 격하게 몰아붙였을 때 변속타이밍이 미묘하게 아쉬웠다. 느린 건 아니지만 다운시프팅 시 조금 더 민첩하면 당장에라도 서킷을 질주해도 손색없을 것 같은 아쉬움에 든 생각이다. 일반인이 즐기기엔 이미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 |
스팅어 기어노브. /사진=박찬규 기자 |
바디 밸런스가 좋아서 핸들링이 즐겁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안정감이 일품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손맛이다. 네 바퀴가 노면을 꽉 움켜쥐고 달린다. 여타 세단보다 한계치가 월등히 높아서 운전이 즐겁다.
브레이크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고속에서도 빠르게 반응하며 차를 잘 멈춰 세워준다. 스포츠카의 기본기를 충실히 갖춰다.
욕심을 내자면 가변식 리어스포일러를 선택품목으로 운영해도 좋을 것 같다. 차의 제한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아래로 조금 더 강하게 눌러주는 힘(다운포스)이 아쉬워서다. 반면 이 상황에서도 엔진의 힘이나 강한 차체는 꽤나 여유로웠다.
![]() |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꽤 똑똑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
주행모드는 5가지. 스포츠모드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매력적이다. 엔진회전수(rpm)가 휙휙 올라간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지며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하도록 바뀐다.
에코모드는 반대다. 차가 힘을 쭉 빼면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느려진다. 효율을 우선하는 만큼 느긋한 운전이 필수다.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면서 변속기가 조금 더 바삐 움직인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도 예전 시스템보다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앞차와의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주면서 차로의 가운데로 달릴 수 있도록 자세를 유지한다(LKA). 완전히 정차했다가 출발할 수도 있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시스템은 차선을 꽤 예민하게 읽는 편인데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바닥에 그려진 경로안내 컬러유도선을 차선으로 인식하며 운전대를 돌리기도 했다.
![]() |
스팅어는 국산차 중에서 처음 시도되는 요소가 많다. /사진=기아차 제공 |
◆화려한 첫걸음 ‘스팅어’
기아차는 스팅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 많은 데다 브랜드 내에서의 상징성은 플래그십인 K9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아서다. 게다가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을 표방한 만큼 철저히 소비자의 요구를 분석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기아는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는 이미 꽤 높은 수준에 맞춰졌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스팅어는 그동안의 K시리즈처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차가 아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다음 걸음이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