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 목요일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2020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다. 앞으로 760여 일이 남았다. 물론 이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굉장히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입을 치르는 시기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초초해지고, 내신 준비, 대입 전형 파악, 비교과 활동 등 해야 할 것은 많아진다. 실질적으로 수능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공적인 대입을 위해서는 ‘아직은 수능 공부를 안 해도 된다’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또 단순히 전체 대학 입학 정원에서 수시로 뽑는 비율이 70%를 넘었다고 ‘나는 수시로 대학 갈 거야’라며 수능 공부를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수시모집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조건으로 수능 성적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시모집에서는 절대적인 평가 요소가 수능시험이다.


결국 수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요하고, 대학 합격의 마지막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고1 학생들이 ‘수능’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나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수시에서도 수능은 중요한 전형요소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않고서는 수시에 합격할 수 없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대학이 학생의 대학 수학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일정 학력 수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대학의 경우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라는 학생이 있다. A 학생은 내신 1.0에 전교 1등이라 학교장 추천도 받을 수 있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여 다양한 비교과 활동도 있으며, 오랜 기간 준비한 탓에 논술과 면접 능력도 출중하다. 그러나 이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할 수밖에 없다. 바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충족’ 때문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대학과 전형의 선택 폭이 그만큼 줄어든다.

∴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 합격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매년 발표되는 수시모집 경쟁률을 보면, 많은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은 똑같을 것이다. ‘참으로 대학가기 힘들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학의 정원과 학생의 수는 비슷한 것이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그 대학에 지원자는 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년 수시경쟁률은 적게는 ‘5 대 1’에서 많게는 ’50 대 1’까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다는 점과 이를 ‘충족’한다는 점은 학생들에게 오히려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사진=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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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각 대학에서 발표한 <2017학년도 수시모집의 접수 경쟁률 및 실질 경쟁률> 표이다. 중앙대 학생부교과전형 심리학과의 경우 수시원서 접수 마감일에 확인된 [접수경쟁률]이 ‘9.6 대 1’로 나타났지만, 수능성적발표 이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학생들만 대상으로 한 [실질경쟁률]은 ‘4 대 1’로 나타났다.
무려 60%의 학생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 해당 전형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있는 다른 전형의 경우에는 마찬가지여서 ‘서강대 학생부종합 일반형’의 경우 지원자의 55%, 경희대 논술전형 기계공학과는 지원자의 40%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따라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다는 것은 분명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만, 충족만 한다면 합격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 수능최저학력기준 = 경쟁률 ▼ /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 합격가능성▲

◆정시=수능, 정시모집에 기회는 생각보다 열려있다

요즘 대입환경을 두고 흔히 ‘뜨는 수시, 지는 정시’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정말 대입에서 수시는 뜨는 해이고, 정시는 지는 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대교협이 발표한 ‘2019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2019학년도 대입 정원의 76.2%를 수시, 23.8%를 정시로 선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뜨는 수시, 지는 정시’라는 표현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다르다.

‘정시’의 경우에는 대다수 수능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수시’의 경우에는 다르다. 선발하는 전형의 수가 크게 4개로 다양하고, 전형마다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수시’와 ‘정시’ 이분법적으로 선발 비율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전형유형별’로 선발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올바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 주요대학 선발비율 = 학종 > ‘정시’ > 논술 > 교과 > 특기자

◆정시, 최초모집인원보다 늘어난다


현재 고1 학생이 고3이 되는 2019년 9월에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요강’이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확정∙발표된다. ‘정시모집요강’에서 모두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전년도와 달라진 선발방법과 전형별 반영 비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시모집 선발인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시모집 선발인원’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9월에 발표하는 정시모집요강의 선발인원은 확정된 인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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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2017학년도 주요대학의 ‘정시모집요강 선발인원’과 ‘정시모집 최종확정인원’의 변화를 보여준다. 모든 대학에서 작게는 0.8%(17명-한양대), 많게는 14.6%(351명-연세대)까지 모집요강 선발인원에 비해 최종확정인원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 9월에 정시모집요강을 확정∙발표한다고 한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수시원서의 경우 학생 1명 당 최대 6장의 원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 합격이 불가피하다. 중복 합격한 학교 중 1개 대학만 등록할 수 있어 등록하는 1개의 대학을 제외하곤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되고, 예비번호를 받는 학생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수시 미충원 인원이 다 찰 때까지 예비번호를 받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지만, 엄연히 수시등록기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기한까지 채우지 못하게 되는 수시모집 인원이 정시모집인원으로 이월 되고, 이것을 ‘수시 미충원 이월인원’이라 한다.

각 대학은 수시 등록이 마감 된 이후에 수시 미충원 이월인원이 반영된 ‘정시모집 최종 확정인원’을 다시 한 번 발표하게 된다. ‘수시 미충원 이월인원까지 반영된 정시모집 최종 확정인원’을 고려한다면 정시모집의 선발비중은 더욱 커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처럼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중요한 수능시험 공부를 학생들이 고1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기초를 탄탄히 한다면, 대학 합격에 이를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점을 알아두길 바란다.

∴ 수시 미충원 이월인원 = 정시모집 기회 증가

(도움말=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