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P2P업계에 따르면 P2P대출업체 펀듀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연체율(상환일로부터 30일 이상 90일 미만 상환지연)이 0%였지만 지난달 말 49%까지 치솟는 데 이어 지난 20일 기준 77.2%까지 급등했다. 대출자의 상환지연이 90일 이상이 되면 연체율은 부실률로 바뀌며 투자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펀듀 연체율 72%, 대출상품 구조 보니
펀듀의 연체율이 한달 반 사이 0%에서 72.2%로 급증한 건 펀듀의 대출상품 구조에 따른 결과다. 금융감독원과 펀듀에 따르면 펀듀는 홈쇼핑업체를 상대로 대환대출상품을 취급했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6개월 만기여야 하는 상품을 1~3개월짜리 단기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한 후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줬다.
펀듀가 취급한 상품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홈쇼핑업체는 보통 방송에 상품을 내기 전 2~3개월의 기획기간이 필요하다. 이후 물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하는 데 이때도 3개월가량이 걸린다. 이후 방송을 통해 물품을 판매한다. 즉 홈쇼핑업체가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P2P업체에서 대출받으려는 홈쇼핑 업체는 6개월 만기로 돈을 빌리는 게 편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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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
그런데 펀듀는 투자자가 단기 대출상품을 선호하는 걸 감안해 대출자(홈쇼핑업체)에게 ‘대환대출’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했다. 예컨대 대출자가 만기 3개월짜리인 대출(A)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 입장에선 3개월짜리 투자상품(A)에 투자한 셈이다. 3개월 뒤 대출자는 원리금을 갚아야 하고 투자자는 원금과 수익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대출자는 6개월 뒤 돈을 번다. 3개월 뒤 돈을 못 갚아 투자자로선 수익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펀듀가 이용한 방법은 대환대출이다. 펀듀는 이 대출자의 만기도래 시점(대출 3개월차)에 대출자에게 또 다른 투자상품(B)을 내놓는다. 투자자들이 이 상품(B)에 투자해 투자금 모집이 완료되면 대출자는 B상품을 대출받아 A상품의 원리금을 갚는다. A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도 원금과 수익금을 받는다. 이후 3개월 뒤, 즉 대출자가 A상품을 대출받은지 6개월이 지난 이후 대출자가 돈을 벌면 B상품에 대한 빚을 상환하고 B상품에 투자한 투자자 역시 원금과 수익금을 받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B상품에 투자자가 몰리지 않아 대출 실행이 안되면 대출자는 A상품에 대한 원리금을 갚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A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도 원금과 수익금을 받을 수 없다. 대출자는 A상품에 대한 연체이자를 P2P업체에 내야 한다.
펀듀는 P2P가이드라인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4~5월 다수의 홈쇼핑업체에 15개 내외의 단기 대출상품을 취급했고 20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들 대출상품의 만기는 보통 3개월이었지만 1~2개월짜리 상품도 있었다. 지난 5월 만기 3개월짜리 대출을 실행했는데 원리금을 받지 못했다면 28일 현재 2달째 연체 중인 것이다.
이 같은 상품에 대해 펀듀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상우 펀듀 대표는 “대출자는 물론 투자자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정확히 고지한 후 계약서를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며 “현재는 연체가 발생한 시점이며 다음달 혹은 12월까지 모든 대출에 대한 상환이 가능하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 대표는 “원래 6개월 만기로 취급했어야 하는 상품을 단기 대환대출 상품으로 실행한 데 대해선 도덕적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상품을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2P는 투자상품… 원금보장 안되는 점 명심해야”
지난해 저금리 기조를 틈타 P2P대출업계가 급성장 중인 가운데 펀듀의 이번 연체율 급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P2P대출상품이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상품’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듀가 일종의 ‘변칙’ 상품을 취급해 연체율이 급등했고 투자자로선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펀듀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펀듀의 투자자가 모든 투자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형근 금융감독원 P2P대출감독대응반 팀장은 “펀듀가 취급한 대출상품을 뜯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돌려막기’보단 ‘대환대출’로 보인다. 펀듀의 변칙상품은 현재 법적으로나 P2P가이드라인으로나 문제될 게 없는 방식”이라며 “펀듀가 투자모집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사전 고지하는 등의 절차만 잘 지켰다면 앞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주식투자 시 원금을 잃었다고 증권사에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P2P업계 관계자는 “P2P대출상품이란 게 원래 원금보장이 안된다. 연체율이 높은데 낮은 것으로 속이는 건 문제가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연체율은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연체율과 부실률이 누적되다 보면 그 업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펀듀의 연체율이 갑자기 올라 논란이 됐지만 P2P업체의 연체 자체는 문제되진 않는다. 다만 협회는 펀듀가 대출상품 취급 시 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다음주 중 실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이어 “P2P업체는 투자자에게 ‘P2P대출상품은 원금보장이 안된다’는 내용을 반드시 알리고 투자자로부터 동의를 받게 돼있다”며 “위험고지가 없거나 원금보장이 된다는 식의 상품은 불법이다. 또 P2P업체는 대출자로부터 상환을 못받을 때 투자자의 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공개해야 하는데 투자자는 투자 전 이를 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전체 P2P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억제 정책에 따라 대규모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근 팀장은 “P2P업계의 연체율은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부동산PF대출에 대한 연체가 특히 오를 수 있다. 당국은 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