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집값에 사람들의 눈길이 외곽으로 향한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면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을 찾는 것.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도 그 중 하나다. 집값이 싸고 경의중앙선과 광역버스 등으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해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었다. 생활인프라가 빠르게 갖춰지며 완성형 신도시로 거듭난 데다 광역급행철도(GTX) 개통 등 교통호재도 남아 시장 기대감이 크다. 최근 다녀온 운정신도시는 활기가 넘쳤다. 거주목적의 아파트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의 상가 매수 문의도 활발하다. 다만 1시간 전후로 소요되는 서울 출퇴근 시간은 여전히 선택의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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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
◆광화문서 전철로 70분
서울에서 운정신도시를 가려면 광역버스나 경의중앙선을 이용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이곳을 방문할 때는 지하철 5호선과 경의중앙선을 이용했다. 경의중앙선 야당역이나 운정역에 내려 도보나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광화문역에서 5호선을 타고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해 야당역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10분이었다.
먼저 찾은 곳은 야당역 인근 아파트단지다. 출근시간이 지난 평일 낮이라 주변은 다소 한산했다. 아파트단지가 높게 솟구쳤고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상가가 보였지만 도심 외곽지역 분위기가 강했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 외에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단지도 보였다.
운정신도시 안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깔끔한 정류장에 버스 도착안내시스템까지 갖췄지만 30분이 지나도 마을버스는 오지 않았다. 배차간격을 표시한 안내판도 없었다.
10여분 정도 걸어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단지로 이동해 주민들을 만나 주변 분위기를 물었다. 주민 A씨는 “동네 주민 중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고 일산신도시로 나가는 사람도 있다. 연령대는 20~40대로 다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이사 온 지 얼마 안됐는데 이곳 생활이 다소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프리랜서라 불규칙적으로 서울을 오가는데 버스도 잘 안 오고 한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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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매수를 권유하는 운정신도시의 LH 광고판. /사진=김창성 기자 |
◆젊지만 불편한 도시
주민들의 설명처럼 운정신도시는 아직 불편한 점이 많다. 버스 배차간격이 불규칙적이어서 한번 놓치면 경의중앙선 환승도 놓쳐 이동이 크게 지연된다. 그나마 역과 가까운 단지는 괜찮지만 교하지구 등 안쪽 단지로 들어갈수록 이동시간이 더 소요된다.
택시도 잘 안보였다. 도로 통행량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출근시간을 넘긴 탓에 도시는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의 모습이다.
좀 더 안쪽 단지를 둘러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다섯정거장을 이동해 내렸다. 이곳 역시 이미 입주한 아파트도 있었고 한창 공사 중인 아파트도 있었다. 또 개발을 앞두고 아직도 빈 땅으로 남아 풀만 무성한 곳도 많았다.
그 중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광고판이 눈길을 끌었다. 광고의 골자는 ‘운정신도시에 GTX 개통 예정’, ‘각종 호재 가득’ 등 지금이 이 땅을 매수할 적기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운정신도시는 불편함과 기대가 공존한다. 이곳에 살려면 집값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싼 대신 이동시간이 긴 점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보다 몇년 뒤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간다. 건설사들이 수도권에 아파트를 분양할 때 서울 종로·강남 등 이동시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실거주자나 투자자는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GTX 개통 기대감에 들썩
긴 이동시간과 불편한 대중교통이 단점이지만 기대감도 충분하다. GTX 개통은 가장 돋보이는 호재다. GTX가 개통되면 기존 광역버스와 경의중앙선에 더해 서울 주요 도심권역 이동이 한층 수월해진다. 1시간가량 걸리는 시간도 3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운정신도시는 서울 외곽지역인 만큼 추가 교통호재에 쏠리는 이목이 상당하다. 현지 공인중개업소도 GTX 호재에 주목한다.
운정신도시 산내마을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3년 전 분양가보다 많게는 3억원 이상 오른 곳이 있을 정도고 상가 투자 문의도 활발하다”며 “현재 불편한 교통여건이 단점이지만 이는 몇년 뒤 GTX 개통으로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공인중개업소에는 한 예비부부가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 이들은 “직장이 서울인데 예산이 빠듯해 계속 외곽으로 밀려와 이곳까지 왔다”며 “가격대는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 대중교통 이동시간이 설명과 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인근 아파트 시세를 알려줬다. 그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 전용면적 117㎡ 매매가는 3억원, 147㎡는 3억3000만원이다. 그는 “서울 웬만한 지역에서는 아파트 전셋값으로도 빠듯한 금액이지만 이곳에서는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며 “싼값에 입주하는 만큼 다소의 교통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