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나나 둘이나 무슨 차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두살 미만 터울의 형제·자매를 두고 '투 언더 투'(Two under two), 즉 '두살배기 밑에 두살배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정신이 없다. 그만큼 어린 아기 두명을 한꺼번에 돌보는 것은 힘들다.
점심시간쯤 생후 2개월짜리 둘째에게 젖을 먹이는데 큰아이가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어린이집에서는 바깥활동을 하는 시간이어서 답답했던 것이다. 아직 말을 못하는 나이다 보니 현관에 놓인 자기 신발을 들고와서는 엄마 손에 쥐여주며 의사표현을 한다.
두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기저귀가방을 챙겨서 집앞 놀이터까지 가는 데만 한시간가량이 걸렸다. 한시간을 뛰놀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편의점에 가자며 손을 잡아당겼다. 놀이터를 다녀오는 길에서의 정해진 코스다. 아이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골라 3분의1 정도를 먹고 또 다른 것을 사달라고 졸랐다. 평소 같으면 버릇이 나빠질까봐 안된다고 타일렀지만 떼를 쓰기 시작하면 아이아빠 없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잘 알기에 두번 더 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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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네개째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사진=김노향 기자 |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네번째로 사달라고 했을 때가 돼서야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는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며 엄마 가방과 핸드폰 등을 집어던졌다. 배탈이 난다며 타일러보고 단호한 목소리로 혼을 내도 울음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동네를 쩌렁쩌렁 울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어느 빌라의 창문에서 화난 주민이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애 좀 못 울게 당장 달래요! 애 엄마가 애도 못 달래고 뭐하는 거야. 이런 XX!"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콩콩 뛰었다. 급히 두 아이를 안아 들고 도망치듯 걸어갔다. 팔과 허리가 부러질 듯 아팠다. 걸어서 2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도 아이가 발버둥칠 때마다 팔의 힘이 풀려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결국은 한쪽 팔을 붙잡아 바닥에 질질 끌다시피 데려왔다.
현관 안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서 엉엉 울었다. 아이도 울다가 지쳐서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옆에 누우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둘째아이가 잠에서 깨 젖을 달라며 보챘다.
육아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깐 힘든 것이라고 하지만 좋은 엄마는 보통의 인내심으로 되기 어려운가 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잠든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보일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행복을 느낀다. 이 시간들을 버틸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