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이태원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직장인 김유진씨(26)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명소로 소개된 이태원의 한 카페를 찾았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카페는 SNS에서 본 것과 같이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곳곳에 포토존이 있는 곳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커피를 시키려고 보니 아메리카노가 한잔에 9000원이었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포토존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커피도 마실 겸 사진도 찍을 겸 찾아왔는데 두번 올 것 같지는 않다”며 “사진 찍고 SNS에 올리기 위해서 9000원을 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SNS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카페들이 커피와 디저트 등 판매 메뉴를 너무 비싸게 내놓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SNS에서 핫플레이스가 밀집된 동네로 꼽히는 이태원(경리단길), 익선동, 망원동(망리단길) 등 카페의 경우 특유의 분위기로 여성 고객층을 끌어들이지만 판매 가격에 비해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곳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잘 갖춰진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기본적으로 카페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공간이자 친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소”라면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테리어를 번지르르하게 해놓고 고가인 음식(카페 판매 메뉴)의 질을 떨어트리는 행위는 고객을 기만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오는 날에도 망리단길로 모여든 젊은층. /사진=김창성 기자
비오는 날에도 망리단길로 모여든 젊은층. /사진=김창성 기자

◆싸구려 재료로 만든 고가 디저트 
대학생 이주현씨(25)의 경우 고가에 판매되는 디저트가 사실은 저렴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지난해 망원동의 유명 카페를 방문한 이씨는 6000원 상당의 브라우니를 주문했다. 그는 이후 해당 카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던 중 주문한 브라우니 위에 올라가는 아이스크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사용된 아이스크림이 마트에서 자주 할인 판매하는 싸구려 제품이었기 때문.

주문한 브라우니 크기가 작았던 터라 재료라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씨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아이스크림이 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아이스크림일 줄 누가 알겠냐”며 “나도 카페 분위기만 보고 찾아왔지만 디저트를 시킨 게 후회스럽다”고 언급했다.


여자친구를 따라 SNS 유명 카페를 자주 다닌다는 대학생 이민성씨(25)도 “어디를 가든지 맛이 다 똑같은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는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여자친구도 그렇고 가격을 알고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임대료 고공행진·카페 창업자 급증 "매출 줄었다"
유명 카페의 고가 메뉴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지만 업주들도 할말은 있다. 카페 창업 수요자가 늘면서 과당경쟁이 심해져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는 것. 또 'SNS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카페들이 모여 해당 지역이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가 올라 디저트와 음료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통계청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창업 카페 수는 6290개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과 개인 점포창업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태원과 한남동 사이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32)는 "이 지역에서 카페를 차렸던 2016년만 해도 개인 카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SNS에 이태원 혹은 한남동 카페를 검색하면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개인 카페를 자주 볼 수 있다”며 “예전에 비해 카페 창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수요가 늘어 월세도 올랐다”면서 “다른 카페랑 경쟁하랴 꾸준히 증가하는 월세를 지켜보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주변 임대료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0.16% 올라 서울시 평균(1.73%)보다 6배 더 뛰었다.

지난달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태원에 이어 최근 수요가 증가한 익선동의 경우 지난 2017년 월세는 단위 면적(엠 제곱미터) 당 2만~3만원 내외였으나 최근 인기를 끌면서 약 2~3배 정도 인상됐다. 일명 망리단길이라는 명칭이 붙은 망원동은 지난 2월 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 비해 임대료가 전년 대비 21%나 상승했다.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B씨(31)는 비싸게 판매되는 메뉴로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이 가격을 그냥 매기는 것이 아니다. 자리 값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다른 카페들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재료 준비부터 커피와 디저트를 연구해서 하나하나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카페를 찾는 고객 대부분이 여성분들인데 이 분들을 끌어야 카페가 돌아가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인테리어에 돈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인테리어에만 치중해 음료 가격을 무작정 비싸게 받는다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