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사모펀드'… 재무 주치의인가? 기업 사냥꾼인가?

사모투자펀드(PEF)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에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 높인 후 되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추구하는 특성상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하는 ‘먹튀’ 자본이란 비판도 여전하다. PEF는 기업의 재무 주치의일까, 아니면 기업을 노리는 사냥꾼일까.

M&A 포식자 'MBK'… 이베이코리아도 인수할까?

이커머스업계 대어급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MBK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인수·합병(M&A) 시장을 쥐락펴락해왔다. 하지만 PEF가 M&A시장 중심에 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단기간 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PEF의 성향 탓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대형 기업들을 집어삼키는 MBK의 왕성한 식욕이 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MBK의 왕성한 먹성… 이베이코리아도 삼키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 적격 후보자 명단(숏리스트)에 이마트·롯데쇼핑·SK텔레콤 등과 함께 MBK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약 8주 동안 이베이코리아 예비 실사에 참여한 뒤 오는 5~6월쯤 본입찰에서 최종 인수가를 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업계 3위 사업자다. 이베이 미국 본사는 자회사인 영국 이베이를 통해 2001년 옥션과 2009년 G마켓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총 2조4500억원. 한국 이커머스시장에 대한 이베이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마존의 등장으로 본사 실적이 악화되자 이베이는 한국법인 자금 회수를 시도해왔다. 이전까지 배당을 하지 않던 이베이코리아가 2016년부터 연간 1000억원대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매각도 현실화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분 100% 매각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 여력이 가장 높은 후보는 단연 MBK.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미소진 자금(드라이 파우더)이 7조원에 달한다. 롯데쇼핑(3조8700억원)·이마트(1조4200억원)·SK텔레콤(2조7900억원) 등 경쟁 후보의 현금성 자산과 비교해 여유로운 수준이다.

MBK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 전략을 노린다. 기존 인수 기업인 홈플러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종기업을 추가 인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매각) 때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바이아웃을 위해 ‘쥐어짜기 식’ 경영을 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산업 전반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PEF에게 ‘먹튀 자본’ ‘기업 사냥꾼’ 등의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대주주 투자금 회수에 홈플러스 등골 빠질라

M&A 큰손 '사모펀드'… 재무 주치의인가? 기업 사냥꾼인가?

실제로 홈플러스의 실적은 MBK 품에 안긴 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7조2000억원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줄곧 감소해 2016년 3091억원에서 2019년 1601억원까지 내려앉았다.

투자금 회수에 바쁜 MBK는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대전둔산점(3802억원) ▲경기안산점(4300억원) ▲대구점(1279억원) ▲대전탄방점(908억원) 등 전국 매장 4곳을 매각하며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는 일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한다. 매각 자금 대부분이 인수차입금과 이자를 갚는 데 사용됐기 때문이다. 실제 MBK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조7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다.

◆PEF 부작용 속출… 긍정적인 면 있나

MBK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PEF는 인수 후 평균 5년이 지나면 기업을 되팔아 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단기 실적에 매달리기 쉽다. 인력을 줄이거나 부동산을 팔아 단기 실적을 올린 뒤 비싸게 팔아넘기는 식이다.

하지만 단기요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경우 후유증이 남는다. 커피 프랜차이즈 신화를 썼던 카페베네는 2016년 PEF에 인수된 후 전체 금융부채의 70%에 해당하는 700억원을 상환하며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상환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2018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사례도 있다. MBK는 2014년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를 1조8400억원에 인수한 뒤 5년 만에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해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MBK는 고용 유지 약속을 어기고 임직원 21%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PEF가 세를 확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 PEF는 721개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신설 PEF는 206개다. 투자자가 PEF에 출자를 약정한 금액이 16조원, 출자를 이행한 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부와 업계도 PEF의 성장세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PEF에 적용돼온 ‘10% 룰’이 전면 폐지됐다. 이로써 10% 미만 소수 지분 투자가 허용됨에 따라 투자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PEF가 사업 재편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과 손을 잡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오비맥주가 꼽힌다. KKR과 어피너티 등 PEF는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밀어내기 관행을 없애는 등 유통 효율화를 추진해 회사를 시장 1위 자리에 올려놨다. 이 과정에서 4조원대 차익도 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수 기업의 위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모험자본이라는 PEF의 순기능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PEF엔 일장일단이 있다”며 “노조 측에선 기업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우려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이나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기업에겐 PEF가 직접 사업 재편에 나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email protected]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8일 MBK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매장처분에 돌입한 악질자본 MBK에 맞서 우리 일터를 온전히 지키고 2만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끝장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사진=마트노조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8일 MBK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매장처분에 돌입한 악질자본 MBK에 맞서 우리 일터를 온전히 지키고 2만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끝장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사진=마트노조

사모펀드 늪에 빠진 프랜차이즈 1위… 경영 정상화 '가시밭길'

햄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팔린 후 줄곧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졌고 한때 1위에 올랐던 브랜드 평판도 크게 하락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업계는 투자회수(엑시트)를 노리는 PEF와 기업 재편에 나선 맘스터치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몇 년간 PEF의 국내 프랜차이즈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경영권 매각에 따른 갈등 해소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사 갈등 1년 넘게 지속

맘스터치는 2004년 국내 롯데리아와 함께 맥도날드·버거킹 등 해외 브랜드가 주도하는 패스트푸드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에 1300여개의 매장이 문을 열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9년 말 해마로푸드서비스 창업자인 정현식 전 회장이 국내 PEF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보유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정 전 회장의 지분(57.85%)을 포함한 약 1910억원의 주식을 매입해 맘스터치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매각 발표 후 불안감을 느낀 임직원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측에 맞섰다.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 노조 설립으로 직원 고용 안정이 주된 요구 사항이었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임직원 의사가 배제된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매각 반대가 아닌, 매각 국면에서 노동조합을 포함한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전 임직원들에게 협조와 양해를 구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맘스터치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위치로 끌어올린 공로는 최대주주인 정현식 회장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라며 “성공을 함께 이뤄온 직원들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매각 결정을 전후한 일련의 과정에서 전무했던 것은 아쉬움을 넘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매각설이 나돌 때마다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하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사실로 판명되면서 직원들은 제 살길을 찾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해 1월부터 인사와 임금교섭 등 100여개에 달하는 단체협약안을 놓고 회사 측과 지속적으로 교섭을 벌여왔다. 1년 넘는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본사 앞 릴레이 시위와 1인 지명 파업 등 강도 높은 농성을 벌이며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관계자는 "노사 협의의 경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노조 전임시간, 노조 자격, 협정근로자 등 노조가 제시한 100여개 조항 중 3가지 정도만 빼고 대부분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회사는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명과 대표이사 바꿨지만

케이엘앤파트너스와 같은 PEF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비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소위 ‘모험자본’이란 순기능으로 기업 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블랙홀처럼 기업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국부유출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PEF는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해 되파는 게 목적이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판다’는 목표의식이 뚜렷하다.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수·합병(M&A)에 뛰어들기 때문에 단기 수익에 치중하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맘스터치의 인기 메뉴 가격을 올리고 1만원에 육박하는 신메뉴를 출시하는 등 수익 창출을 위해 나섰다. 매장 수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국내 1위 패스트푸드 전문점 롯데리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해 기준 맘스터치의 가맹점 수는 1314개로 전년 대비 71개 늘었다. 이 같은 변화로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7% 급증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2860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8.7% 성장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관계자는 "외식업계에서 사모펀드 인수 후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맘스터치는 올해 출시 16주년을 맞은 ‘싸이버거’를 비롯한 다양한 인기 제품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업이익 증가는 내부 시스템 및 체질 개선으로 경영 효율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정부와 연기금, 공제회 등의 자금으로 운용되는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최소한의 준법 감시 시스템과 경영 투명성을 갖춘 곳이 많다"고 강조했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3월29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사명을 ‘주식회사 맘스터치앤컴퍼니’로 변경하고 대표이사도 김동전 대표로 교체했다. 신규 사명인 ‘맘스터치앤컴퍼니’는 자사 대표 브랜드인 맘스터치로 통일성을 갖춰 프랜차이즈 사업에 더욱 주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잦은 대표이사 교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박성묵 대표가 6개월 만에 물러난 데 이어 이병윤 대표도 9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번 김 대표 선임까지 1년 반 만에 대표이사가 3번이나 바뀌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A시장에서 PEF는 중요한 플레이어”라면서 “기업과 종업원 각각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선 PEF가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해고되는 고용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웅 기자[email protected]

PEF가 M&A시장 중심에 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단기간 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PEF의 성향 탓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PEF가 M&A시장 중심에 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단기간 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PEF의 성향 탓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무자본 M&A 타깃 된 건설… “사모펀드여서 반대하는 건 아니다”

# 사모투자펀드(PEF) 운용회사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이하 키스톤PE)는 2018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한 뒤 1년 뒤인 2019년 재매각하면서 투자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매입 당시 60여억원을 투자한 키스톤PE가 얻은 매각차익은 20억원가량. 1년 만에 33%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1969년 설립돼 2003년 대우조선해양 계열사로 편입됐던 국내 굴지의 중견건설업체지만 PEF 인수 1년 동안 구조조정과 사내 복지 저하로 내부 반발을 겪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PEF가 영역을 건설업계까지 확장해가고 있다. 건설업은 전통적인 수주산업으로 과거 대기업그룹 산하에서 비자금 형성의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최근엔 공사비 산정 자료 등이 공개되며 과거에 비해 투명성이 높아졌지만 201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채무를 연장하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회사들이 잇따라 M&A 타깃이 됐다. PEF와 건설업체의 결합 형태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고 대출에 의존한 무자본 M&A 탓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머니게임 양상으로 흐른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사실상 기업의 지속경영 의지가 없으면서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리는 ‘먹튀’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금 출처 검증 필요해”

키스톤PE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DSC밸류하이1호를 인수 1년여 만인 2019년 한국테크놀로지에 매각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분 99%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해 건설과 기술엔지니어링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확대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 시점인 2019년 3월 기준 한국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 역시 골든비스타투자조합1호로 보유 지분은 10.64%였다.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기업의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업 간 M&A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 분야가 비슷한 건설회사끼리 인수 이후 시너지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키스톤PE는 현재 시공능력평가 21위(2020년 기준)인 동부건설도 인수했다. 동부건설은 2014년 법정관리를 신청해 2015년 회생 개시에 이어 2016년 회생 종료 후 매각됐다. 한국토지신탁을 모체로 하는 특수목적법인(SPC) 키스톤에코프라임이 최대주주(지분율 62.19%)로 한국토지신탁의 출자 지분이 87%이며 키스톤PE는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국토지신탁 최대주주는 MK인베스트먼트(지분율 24.25%)다.

건설업체들은 대체로 PEF 대주주의 구조조정 방식이나 단기 매각을 목표로 한 경영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PEF 주주에서 현재 기업으로 인수된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산하에 있던 회사였는데 복지 수준이 낮아졌다”며 PEF는 실체가 없는 주인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 반발이 있었지만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신규 수주 7700억원, 수주 잔고 1조원을 달성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PEF의 인수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지용 전국건설기업노조 홍보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M&A를 보면 PEF의 형태를 취했지만 자기자본이 아닌 대출자금이었고 출처가 불분명한 무자본 M&A로 추정되는 사례가 10건 이상”이라며 “PEF가 공모 대비 자금 출처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투자은행(IB) 출신이자 동부건설 주주인 현상순 키스톤PE 대표는 PEF를 향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경제성장기 수많은 건설회사가 생겼다가 저성장을 겪고 퇴출되면서 M&A 대상이 됐다”며 “동부건설은 M&A를 통해 부활한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자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PEF가 매수기업을 알선하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현 대표는 “동부건설 M&A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PEF는 5년가량 운영기간을 갖고 만기 전 보유기업을 매각해 투자금을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계약 당사자로서 일부 역할을 하는 것이지 단순 중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무자본 M&A 타깃 된 건설… “사모펀드여서 반대하는 건 아니다”

◆20년 간 사라지지 않는 ‘론스타 악몽’

PEF의 M&A 먹튀 논쟁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론스타 사례다. 론스타는 2003년 4월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극동건설의 신주(1476억원)와 회사채(1230억원)를 인수했다. 이후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상장폐지·유상감자·자산매각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4년 만에 엑시트에 성공했다.

론스타는 회사채 인수대금도 극동건설이 보유한 돈으로 상환해 사실상 1476억원만 들인 셈이다. 인수 직후 상장폐지와 유상감자를 실시해 투자원금을 826억원으로 줄였다. 2004년에는 전년 영업이익(162억원)보다 많은 230억원을 배당받았다. 영업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 자산이던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을 매각해 당기순이익(967억원)을 높였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순이익의 95%인 260억원을 배당받았다. 론스타는 극동건설 매각 직전까지 2200억원을 배당금 등으로 회수했다.

2007년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은 5년 만인 2012년 유동성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매각 당시부터 고가 논란에 휩싸인 극동건설은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부도처리됐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여파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에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극동건설은 2007년 매각가치가 13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됐지만 론스타가 경매 호가방식의 입찰을 진행해 인수대금을 끌어올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무려 6600억원이란 놀라운 금액에 매각됐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에 1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붓고도 결국 기업회생의 길에 들었다.

◆펀드-기업 공동투자 대안 될 수 있나?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어지며 최근엔 홀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고 기업과 협력 전략을 취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선 PEF와 손잡은 기업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와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중 현대중공업지주는 올 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과 PEF의 제휴는 안정적인 경영과 자본력의 결합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대표는 “SM그룹이 삼환기업 등 여러 개의 건설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 PEF와 협업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