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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변 최고 입지로 손꼽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하나. 재개발 추진 당시부터 부동산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이하 '성수4지구')가 '제2의 트리마제'를 꿈꾸며 사업에 속도를 내다가 '조합장 해임'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낡은 건물 내촌같은 '성수동2가'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는 성동구 성수동 재개발구역으로 총 8200여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200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9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시절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업을 확정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35층 층수 제한으로 재개발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2011년 지구단위계획이 바뀌면서 4개 지구로 나뉘었다.성수4지구는 2016년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을 설립했다. 1~4지구 중 가장 규모가 작지만 영동대교와 가까워 강남으로 진·출입이 빠르고 한강 조망권을 갖춰 개발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올 초 오 시장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35층 룰'을 없애면서 50층 초고도 개발도 가능해졌다.
지난 2월14일 찾은 성동구 성수동2가는 여러 갈래로 좁은 골목이 나뉘어 있고 골목길을 들어서면 붉은 벽돌의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시멘트 외벽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세월의 흐름을 가늠할 수가 있었다.
골목마다 비슷한 모양의 주택들이 보였고 대부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 벽에 현관문이 붙어 있었다. 반지하 주택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반지하 창문 앞에 차량이 바짝 주차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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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나와도 좁은 2차선 도로 위로 버스와 차들이 다녔다. 차도와 인도의 높이 차이가 없어 안정한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았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선은 바닥의 노란색 선으로 구분됐으나 인도 위에 주차를 한 차들도 보였다.
2차선 도로 양옆에는 높이가 낮고 연식이 오래된 낡은 상가 건물들이 있었다. 상가 건물 대부분은 2층이고 간판들은 녹이 슬어 색도 벗겨져 있다. 서울 한복판인데 지방 내촌에 온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벗어나도 보이는 고층 건물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작은 약국과 식당, 관리되지 않은 노래방 건물도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이 동네에 20년째 거주 중이란 30대 이모씨는 "먹고 놀 만한 곳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왕십리역이나 뚝섬역으로 간다"며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 말고는 없어 한산하다"고 설명했다.
분리발주에 불필요한 조형물 계약까지
성수4지구는 2016년 조합을 설립했다. 다른 지구보다 빠른 속도로 조합설립을 했음에도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조합설립 이후 건축심의 단계에서 2017년부터 인·허가가 멈춰 있는 상태다. 올 하반기 서울시 건축심의 접수를 할 예정이다.조합 내에선 조합장과 조합임원 등 집행부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고급화·정상화 추진위원회(이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면서 대립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조합 집행부는 연매출 70억원대의 업계 순위 하위권인 설계업체와 계약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조합에 설계업체 변경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택형 선택에 있어서도 분쟁이 불거졌다. 대다수 조합원이 원하는 84㎡를 분양받을 수 없도록 설계안이 적용된 것이다. 자산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구형 설계와 분리발주, 시공사도 선정하지 않은 시점에 조합이 조형물(미술품) 구매 등 불필요한 계약을 하는 등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 비대위 설명이다.
한 조합원은 "하위 설계업체 선정과 20년 전의 구식 아파트를 설계해 업체 변경을 요구했고 조합장은 총회가 아닌 이사·대의원 간담회를 열어 설계·정비업체 관계자들과 조합 변호사를 동행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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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비대위는 서울 종로구 라이온스회관에서 조합장·조합임원 해임 안건을 상정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조합원 753명 중 435명(서면결의 포함)이 참석해 '이흥수 조합장 해임 건'에 찬성 431표, 반대 0표, 무효·기권 4표가 나와 해임이 가결됐다. 조합 이사 10명, 감사 2명에 대한 해임안과 해임 임원 직무정지 건도 95% 넘는 찬성률을 보여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투표로 조합장·임원이 해임됐음에도 여전히 집행부는 사무실을 비우지 않는 등 쉽게 물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정영보 비대위 대표는 "조합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사업의 정상화인 만큼 빠른 시일 내 설계업체를 변경할 것"이라며 "조합장 해임이 가결됐음에도 집행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어 '조합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2가 219-4번지 일대 8만9828㎡ 규모의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지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315%를 적용, 총 1579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