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찾은 동대문구 청량6구역 일대. 대낮임에도 을씨년스럽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3월27일 찾은 동대문구 청량6구역 일대. 대낮임에도 을씨년스럽다.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가 과거 유흥시설·집창촌 이미지를 벗어나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청량리역 일대엔 주상복합들이 새 입주자를 들이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청량리6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 후 전 조합장 구속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5년 만에 시공사 선정을 완료하는 등 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량리7구역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철거를 완료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청량리8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구역의 시공사 선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건설업체들은 입찰 참여에 몸을 사리고 있다. 경쟁 없는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 청량리6구역 역시 GS건설 단독 입찰로 마무리됐다.

낡은 단독주택지 '청량리6구역', 1493가구로 탈바꿈

지난 3월27일 찾은 동대문구 청량리동 206번지 일대. 좁은 골목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지 오래된 2~3층 단독주택들이 즐비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무너져 가는 폐허들도 여기저기 방치돼 있어 대낮임에도 을씨년스러웠다. 좁은 2차선 도로 옆에는 낡은 주택 1층마다 오래된 철물점과 식당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주민 김모씨는 "그동안 재개발사업이 번번이 좌절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지금은 시공사 선정까지 마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60대 이모씨는 "전 조합 집행부는 잡음이 많아 주민들만 고생했다"며 "준공까지 무탈하게 재개발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청량리6구역 일대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많았다. /사진=신유진 기자
청량리6구역 일대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많았다. /사진=신유진 기자


청량리6구역은 청량리동 구역 중 가장 큰 사업 부지인 8만3883.1㎡ 규모로 재개발을 통해 지하3층~지상 22층 21개동에 1493가구(임대 254가구 포함)로 탈바꿈한다. 공사 예정 금액은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본 입찰마다 GS건설이 단독 응찰,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수의계약 절차를 밟아 최종 시공사 지위를 확보했다.


청량리역 일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GTX-B 노선(서울 용산-상봉) 개통이 속도를 내면서 청량리·서울·용산·신도림 역 인근도 들썩이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는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서울 시내 대표적인 낙후지역에서 초고층 아파트촌으로 천지개벽 중이다. 이른바 '주상복합 4인방'으로 불리는 ▲롯데캐슬 SKY-L65(63~65층·1425가구) ▲한양수자인그라시엘(59층·1152가구)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43층·486가구) ▲청량리해링턴플레이스(40층·220가구) 등이 올해 줄줄이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이들 단지 모두 4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총 가구수만 3200여가구에 달한다. 상가마다 저층에 대규모 상업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입주가 시작되면 주변 상권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건설업체들, 공사비 인상에 정비사업 소극적

다만 최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업체들은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도시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청량리6구역에서 GS건설이 단독 응찰한 데 이어 청량리8구역도 지난 3월6일 시공사 입찰에서 롯데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앞서 롯데건설은 단독으로 두 차례 응찰한 바 있다.

청량리8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4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해당 구역 공사비는 3.3㎡당 600만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청량리7구역은 최근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4월 관리처분계획인가 당시 청량리7구역의 공사비는 1521억원이었지만 최근 조합은 롯데건설과 착공 전 공사비를 재협상하면서 2029억원으로 늘어났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과 페인트칠이 벗겨져 시멘트벽이 노출된 주택이 마주보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과 페인트칠이 벗겨져 시멘트벽이 노출된 주택이 마주보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청량리6구역 재개발조합은 GS건설과 3.3㎡당 655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청량리6구역 조합 관계자는 "입찰 공고를 낼 당시 공사비 평균치를 계산한 금액"이라며 "4~5년 후 착공 예정으로 (공사비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없이 GS건설의 단독 입찰을 한 것과 관련해선 "아쉬움이 없을 순 없겠지만 나쁘지 않다고 본다. 조합원들도 큰 불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경기 악화로 서울마저 건설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전보다 활발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청량리 부동산시장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엔 노후 구도심에 역세권 위주 유통시설이 밀집해 전농동을 중심으로 한 주거지 위주가 선호됐다"며 다만 "청량리역사 주변 위해시설들이 정비돼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전농·용두동 일대 지역 가격 리딩 현상이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청량리 6구역의 공사비와 관련해선 "고물가로 인한 기본형 건축비 인상 추세를 고려한다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수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청량리의 기피시설이 사라지고 거주하기 양호한 쪽으로 보완돼 입지적인 장점들이 더 부각된 상황"이라며 "현재 청량리6구역 공사비도 경기가 안 좋아 3.3㎡당 600만원 중후반대가 적정 기준가로 정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