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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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자장사 너무하네… 빚투 확산에 비대면 신용거래융자 9.9%
② 증권사에 '봉' 된 개미들… 불어난 개인투자자 앞세워 이자장사
초대형IB 이자장사 혈안… 멀어지는 한국형 골드만삭스의 꿈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2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연 10%에 달하는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눈총을 받고 있다. 코스피 상승장에 올라탄 증권사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시 필요한 투자자금(신용거래융자금)을 대출하는 서비스다. 대출받은 돈으로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에 투자할 수 있고 한도는 약 15억~20억원, 대출기간은 최대 90일이다. 투자자는 증권사 영업점을 비롯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이용할 수 있어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8조~19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용거래융자는 ▲1월 16조1000억원 ▲2월 17조8000억원 ▲3월 18조7000억원 ▲4월 19조5000억원 등으로 증가세다. 지난 5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후 18조3861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6월5일 기준 18조6872억원으로 다시 올랐다. 한국은행이 세 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살아난 영향이다.

신용거래융자 증가에 증권사 29개의 올 1분기 이자수익은 총 3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3502억원에서 79억원(2.25%) 늘어난 규모다.


이자수익 상위 1위는 키움증권(58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84% 늘었고 신용거래융자는 3조166억9500만원으로 한 분기 전(2조4744억6500만원)보다 5422억3000만원(17.97%) 증가했다. 증시가 호황이던 2021년 신용거래융자금(2조5344억2900만원)에 비해선 4822억6600만원(19.02%) 많다.

미래셋증권의 이자이익은 55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4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2382억원의 23.25%를 차지한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신용거래융자금은 3조1910억3200만원으로 키움증권을 앞질렀다. NH투자증권(420억원)과 한국투자증권(316억원)도 1분기 이자수익이 각각 3.5%, 1.43% 늘었다.

삼성·NH 최고금리 9.6%, 일주일 금리 7.8%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기업어음(CP)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이용기간은 ▲1~7일 ▲8~15일 ▲16~30일 ▲31일~60일 ▲61~90일 ▲90일 초과 등으로 기간이 길수록 이자가 높다.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를 취급하는 29곳 증권사 중 최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NH투자증권(61일 이상)과 삼성증권(90일 이상)으로 금리는 연 9.6%다. 업계 최저 수준인 상상인증권(6.15%)과 비교하면 3.5%포인트 높다.
증권사 이자장사 너무하네… 빚투 확산에 비대면 신용거래융자 9.9%

이어 ▲이베스트투자증권(9.45%) ▲유안타증권(9.4%) ▲KB증권(9.1%) ▲한국투자증권(9.0%) 등도 연 9%가 넘는 금리를 적용한다. 하나증권은 최단기간(1~7일) 신용거래융자에 연 7.8%를 적용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증권과 신한투자증권(3.9%)와 비교하면 금리 차는 두 배가 넘는다.

'이자 장사' 비판을 받은 은행의 신용대출과 비교하면 신용거래융자의 금리는 더 올라간다. 지난 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60~6.27%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6.27%) ▲NH농협은행(6.12%) ▲하나은행(5.77%) ▲신한·우리은행(5.60%) 등의 순이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보험사의 약관대출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5월 말 기준 생보업계 3사의 보험약관대출은 ▲삼성생명 금리연동형(4.74%) 금리확정형(8.54%) ▲교보생명 금리연동형(4.72%) 금리확정형(7.08%) ▲한화생명 금리연동형(4.64%) 금리확정형(7.26%) 등이다. 실제 약관대출 중에서 5% 미만의 금리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중은 한화생명(73.9%) 교보생명(66.5%) 삼성생명(6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춤했던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면서 9%대 서비스가 봇물을 이룬다"며 "신용거래융자는 높은 수익을 찾다가 비싼 이자를 지불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타 개미 겨냥… 비대면 신용융자 9.9%

이자 장사에 혈안이 된 증권사들은 비대면 고객에게 가산금리를 더 부과하는 꼼수영업을 벌이고 있다. 편리하고 빠른 시스템 HTS(홈트레이딩), MTS(모바일트레이딩)에서 거래하는 비대면 투자자에게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모양새다.

29개 증권사의 비대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살펴보면 최고 9.9%에 달한다. NH투자증권은 '나무'계좌에서 거래하는 비대면 투자자에게 61일 신용융자 거래 시 9.9%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당국이 연 10%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지적했으나 사실상 0.1%포인트 찔끔 내리는 '눈 가리고 아웅'식 이자 장사를 하는 셈이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 모습/사진=뉴시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 모습/사진=뉴시스

삼성증권은 'mPOP' 투자자에게 0.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 부과한다. 영업점 고객이 60일 이하의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할 경우 금리는 연 9.1%인 반면 비대면 거래 시 9.6%를 적용한다. 미래에셋증권은 15일 이상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하는 'M-STOCK' 고객에게 연 9.5%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용거래융자 기간을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다. 기존 영업점 거래 고객은 ▲7일 이내(5.9%) ▲15일 이내(7.8%) ▲30일 이내(8.2%) ▲60일 이내(8.6%) ▲90일 이내(9.2%) ▲90일 초과(9.5%) 등 기간별로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할 수 있으나 비대면 거래는 ▲7일 이내(7.5%) ▲15일 이내(8.5%) ▲15일 초과(9.5%)로 제한한다. 30일 이내 돈을 빌리는 투자자도 비대면 거래(9.5%) 시 영업점 거래(8.2%)보다 비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BanKIS)' 고객의 신용거래융자 기간을 3단계로 줄였다. 금리는 같은 고객등급 기준 비대면 거래고객에게 0.5%포인트를 더 부과한다. 거래기간 20년 이상, 자산잔액이 약 10억원이 넘는 VIP등급(점수 1만점) 고객도 비대면 거래 시 최고 9.3%의 이자를 내야 한다. 영업점에서 거래하는 VIP고객이 60일 초과 이용 시 8.8%의 이자를 내는 것과 비교하면 거래 기간과 금리 모두 불리하다.

하나증권은 '원큐스탁' 비대면 고객의 신용거래융자 연체이자율을 0.1%포인트 올렸다. 비대면 고객의 연체이자율은 10.4%인 반면 영업점계좌 고객은 10.3%다. 하나증권은 증권담보융자 중에서 일반담보대출의 연체이자율도 영업점계좌는 10.1%, 비대면 계좌는 10.2%로 각각 책정했다.

영업창구가 없는 키움증권은 비대면 단기거래 고객의 가산금리를 대폭 올렸다. 1~7일 최단기 고객의 신용거래융자 가산금리는 1.41%에서 8~15일 3.91%로 2.5%포인트 높다. 16~90일 이용 시 가산금리는 4.71%로 전 거래기간(8~15일)과 0.80%포인트 차이가 난다. 2주 안에 돈을 굴리는 초단타 투자자를 겨냥한 고금리 영업이다.

신용공여 늘리더니 반대매매 1조원

문제는 비싼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한 리스크를 투자자가 떠안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9789억원으로 집계됐다. 2006년 4월14일 협회가 반대매매금액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400만원을 보유한 A씨가 증권사 신용융자를 600만원 받아 1000만원의 주식을 매입했다고 가정해보자. 대출금 600만원에 계좌평가액은 1000만원으로 담보비율은 167%(1000만원/600만원)다. 그런데 주가가 30% 하락해 계좌평가액이 700만원이 되면 담보비율은 117%가 된다.

대다수 증권사의 담보비율이 140%에 책정, 하락 시 투자자에게 이를 맞출 것을 요구한다. 과거엔 전화(Call)로 직접 투자자에게 안내했기 때문에 '마진콜'로 불리는 반대매매다. 대출금 600만원의 담보비율 140%는 계좌평가액으로 840만원이다.

현재 주식평가액 700만원에 현금 140만원을 입금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임의로 반대매매를 진행한다. 10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떨어진 주식을 팔고 대출원금 600만원을 회수한 뒤 100만원을 남긴다.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제외하면 투자자 손에는 100만원도 남지 않는 셈이다.

통상 신용융자 반대매매는 오전 10시 또는 오후 2시에 시장가로 나온다. 한 번에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테면 채권자가 집을 경매로 넘겨서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을 8억원에 파는 경우다. 전문가들이 레버리지 투자를 말리는 이유도 투자자가 하락장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월 2200선이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1400선으로 하락했고 이후 15개월 동안 역대급 랠리를 펼치며 3300선까지 올랐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지루한 폭락장에서 대규모 현금을 잃어 강세장의 수혜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금처럼 증시가 우상향일 때 신용거래융자를 적극 유치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대외변수에 반대매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반대매매가 주가 하락을 일으켜 추가적인 반대매매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생기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