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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 종사하는 기술인이 지난 20년 사이 연평균 2.5%씩 증가한 반면 임시·일용종사자는 줄었다. 건설수주나 기성액 등 건설경기 지표의 변동과는 관련 없이 기술인 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지만 임시·일용종사자는 건설경기가 크게 성장했던 2010년대 중후반에도 예전의 규모를 회복하지 못했다. 건설업 종사자 수의 단기적인 변동은 주로 건설경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장기적 변화에는 다른 요인들의 영향 또한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43호'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한건설협회 등 관련 협회 7개를 통한 건설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매출액은 46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종사자 수, 기업체 수, 건설비용, 부가가치 등도 해당 조사를 수행한 이후 최고 수치를 보였다. 건설업 종사자 수는 2003년 172만명에서 2022년 174만명으로 1.2%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업종별로 큰 변화가 있었다.
건설업 종사자를 ▲기술인 ▲사무·기타 종업원 ▲기능공 ▲임시·일용종사자로 구분했을 때 가장 뚜렷한 증가를 보인 직종은 기술인이이었다. 기술이이란 직접 건설시공 활동은 하지 않고 건설공사의 설계·시공에 관한 전반적인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자와, 전문직 기술자가 지시한 기술을 책임 있게 응용할 수 있으며 기능공의 업무를 감독하는 자격을 갖추고 기술자의 보조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공을 포함한다. 건축·토목기술사와 설비·시공기사, 제도사, 측량사 등이 포함된다.
건설기업에 고용된 기술인 수는 2003년 30만명에서 2022년 48만명으로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2.5%씩 늘었다. 전체 건설업 종사자에서 기술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7.5%에서 27.5%로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 기술인 연평균성장률은 종합건설업 2.5%, 전문직공사업 2.7%로 규모 성장세는 전문직공사업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종합건설업에서 23만명, 전문공사업에서 25만명의 기술인이 근무하고 있다.
임시·일용종사자는 2022년 건설업 종사자 중 51.1%로 집계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들 규모는 지난 20년 동안 축소됐다. 2003년 107만명에서 2022년 89만명으로 감소해 건설업의 매출액 증가에도 이전의 종사자 규모를 회복하지 못했다. 2022년 임시·일용직 종사자 수는 종합건설업 27만명, 전문공사업 62만명으로 이들의 대부분(69.0%)은 전문공사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무·기타 종업원의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기능공의 규모는 다소 증가했다. 사무·기타 종업원은 2003년 21만명에서 2022년 22만명이 됐으며 건설업 종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0% 수준으로 니타났다. 건설공사의 시공에 직접 종사하는 기능공은 같은 기간 12만명에서 15만명으로 늘었다. 2022년 건설업 전체 종사자 가운데 8.8%를 차지했으며 77.0%가 전문공사업에 고용돼 있다.
건설산업에서는 법에 따라 부여된 기술인 등급을 건설업 업무수행을 위 한 자격과 건설업체의 등록·평가에 활용하기에 법·제도의 변화가 기술인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건설업 등록을 위해서는 자본금이나 기술인 보유 요건을 확보해야 하므로 건설기업의 증가는 기술인 종사자가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기술인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2003년에서 2022년 사이 건설기업도 6만4000개사에서 8만7000개사로 증가했다. 종합건설기업의 수가 감소했던 2003년부터 2016년에도 고용된 기술인 수가 많아졌다. 이 기간에는 기업 수가 아닌 기술인의 업무 증가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 조사의 종합건설기업 수는 2003년 1만1000개사에서 2016년 9800개사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종합건설기업에 고용된 기술인은 15만명에서 19만명으로 26.0%(3만9000명) 증가했다.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인의 업무는 건설현장의 복잡화·전문화로 인한 현장관리 업무 증가, 안전·품질 확보를 위한관련 업무량·기술인 투입 기준 강화 등 건설현장의 여건 변화와 관련돼 있다"며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건설 장비나 기술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는데 더 나은 성능의 장비와 사전제작 공법 등은 건설현장에서 단순 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임시·일용직 종사자 수를 줄이고 기술인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임시·일용직 종사자의 감소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규모의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건설업 조사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 수가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성 연구위원은 "건설업 종사자의 구성 변화에는 건설경기 외에 법·제도나 기업 수, 담당업무, 장비·기술 등의 다양한 산업 여건이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산업의 여건 변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고 건설업의 원활한 인력 공급과 일자리 안정화를 위한 대비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