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매입임대의 공가(빈집) 수는 5203가구다. LH 진주 본사 사옥 /사진=뉴스1
LH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매입임대의 공가(빈집) 수는 5203가구다. LH 진주 본사 사옥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가 실수요자와 동떨어진 공급을 지속해 예산 낭비가 지적된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증가를 통한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무리한 공급을 강행하면서 실제 예산 책정에는 몸을 사려 저가 예산으로 매입할 수 있는 위치의 저품질 주택만 공급하는 탁상행정의 형국이다.

4일 윤종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안성시)이 공개한 LH 자료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매입임대의 공가(빈집) 수는 5203가구로 지난해(5002가구)와 비교해 5개월 만에 4.0%가 더 증가했다.


매입임대는 LH가 도심의 민간 다가구주택(빌라)을 매입해 시세보다 낮게 장기 임대하는 제도다. 대규모 공동주택(아파트)을 건설할 수 없는 도심에서 신혼부부·청년층에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격이나, 예산 규모는 적어 비도시에 공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만 이뤄지다 보니 최근 3년간 매입임대 빈집이 지속해서 늘어 공가는 2021년 4283가구, 2022년 4587가구, 2023년 5002가구를 기록했다. 전체 매입임대 대비 공가율은 2021년 2.80%에서 올해 2.95%로 뛰었다. 지역별로 지방의 공가율은 4.16%에 달해 수도권(1.89%)의 2.2배 많았다.

LH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 문제가 사업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매입한 일반 매입임대 가구당 금액은 평균 2억4200만원이고 이 중 정부 지원금은 1억6000만원이다. 차액은 LH가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매입금액이 더 높은 신혼부부 유형은 가구당 3억4300만~4억3400만원, 정부 지원금은 2억~3억원이다.


공공임대이기 때문에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받을 수가 없어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이다. LH 부채 규모는 2019년 이후 5년째 늘어 2019년 약 127조원에서 지난해 약 153조원으로 1.2배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도록 하고 있어 이 같은 LH의 주거복지사업과는 정책 괴리가 크다.

윤 의원은 "정부가 공공임대 확대 정책의 효과를 내보이기 위해 실수요자도 없는 곳에 재정을 투입해서 통계를 부풀리고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매입임대 예산을 확대하기 위해 해마다 정부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화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매입임대의 적정 공급을 위해 LH는 지난해부터 주택 감정평가가격을 토대로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심사와 원가법에 따른 검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의 매입량이 해마다 늘어 지난해 17만3000가구를 보유한 것에 비해 공가는 2.9% 수준으로 공실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임대 공가율은 평균 5%대다. 이 관계자는 "산사태나 화재 등 자연재해로 임시 거처가 필요한 경우 LH의 매입임대가 긴급 주거지원으로 제공되고 있어 적정 수준의 재고량은 필요하다"면서 "좋은 입지에 적정 가격으로 청년과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매입임대의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