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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는 저축을 잘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돈을 벌면 문화생활 등에 쓰는 경향이 강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심민기씨(24·남)는 최근 MZ세대가 문화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스포츠 행사와 콘서트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2년가량 멈췄던 문화계 행사들이 대거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싸이의 흠뻑 쇼, 워터 밤 등의 행사에 참여한 인증 글이 넘쳐난다.
문제는 관련 이벤트가 수요에 비해 적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티켓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수많은 이가 '마우스'라는 무기를 들고 '인터넷'이라는 전장에 나서지만 장렬하게 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MZ세대는 이 같은 티켓팅 전쟁을 두고 '피켓팅'이라고 자조한다. 피가 튀길 만큼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뜻이다. 취소표를 재빨리 구매하는 '취켓팅'도 대세다.
머니S가 피말리는 피켓팅 끝에 손에 넣은 티켓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떴다 하면 매진… 한여름에도 계속되는' 최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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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달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이날은 JTBC의 야구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5번째 직관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이날 최강 몬스터즈는 연세대학교 야구부와 경기를 펼쳤다.
최대 1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돔에서 펼쳐진 직관 경기에 15만명의 팬이 티켓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고 기자도 '피켓팅'을 시도했지만 표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취켓팅'뿐. 취소표가 풀린다는 공지를 보고 해당 시간에 잔뜩 긴장한 채 대기한 끝에 어렵게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더운 날씨인데도 현장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굿즈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는 안전요원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구일역 일대에 지하철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씨(26·여)는 '최강야구' 열풍에 푹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팬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눈 깜빡하면 (좌석을) 놓친다. 다른 공연보다 최강야구 티켓팅이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암표상이 차액을 노리고 구매했다가 미처 취소하지 못한 좌석처럼 보였다. 경기장 내 빈자리를 본 이씨는 "간절히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정작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최소 15만원짜리 축구 경기에 몰린 MZ세대… 문화 소비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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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 경기를 보기 위해 또 한번 '피켓팅'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광클' 경쟁에서 승리하며 티켓팅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좌석은 15만원짜리였다. 일반적인 축구 경기와 비교하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MZ세대는 손흥민을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명 이상의 관중이 빼곡히 들어찼다.
현장에 도착하니 '동행인은 반드시 예매자와 함께 입장해야 한다'는 내용과 '재입장 불가'라고 적힌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는 암표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함께 경기를 관람한 심씨는 "이번에 쿠팡 플레이는 본인 확인을 전부 진행한다. 휴대폰으로만 티켓 확인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암표를 방지하는) 방법이 점점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암표가 계속 생기니까 사람들이 더 티켓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암표 문제를 많이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심씨는 국내가수 싸이와 글로벌 밴드 마룬파이브, 팝스타 찰리 푸스 등의 콘서트를 즐기는 MZ세대다. 그는 티켓팅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번엔 천운이 따랐는지 쉬웠다. 싸이 흠뻑쇼나 찰리 푸스 콘서트는 대기열만 10만명이었다"며 "코로나19의 여파가 끝난 것이 큰 덕을 본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MZ세대가 공연과 스포츠 경기, 각종 이벤트를 즐겨찾는 이유에 대해 "요즘 MZ세대는 저축을 잘하지 않는다. 저축을 해도 돈이 모이는 느낌이 없기 때문"이라며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처럼 큰돈 모으기에 재미를 느낄 수 없으니 문화생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