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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장기화에 신음하는 건설업계가 국회의 각종 입법 움직임과 마주했다.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등 규제가 강화된 데 이어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법안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6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 주요 입법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27일~9월20일 국회에서 총 915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건설업계 관련 주요 법안 및 개정안은 30건으로 추려진다.
발의된 주요 법안 및 개정안은 ▲건설기계관리법 일부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및 개정안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계 현안과 맞닿은 내용은 ▲건설기계 부당금품 근절 ▲하도급거래 규제 강화 ▲혼탁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개선 등 크게 세 가지다.
만연한 건설 불공정 개선에 칼 뺐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내놓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 후속 조치로 단속처벌 및 감리 의무 강화를 통한 불법하도급 근절, 임금체불 방지 및 근로계약 투명화, 건설노조 후속 대책을 위해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을 입법 추진하겠다고 같은 해 5월 발표했다.정부의 계획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지만 지난 5월 22대 국회가 열린 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의 재입법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건설기계를 이용한 공사방해, 부당금품 요구하거나 주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 제재를 위해 '건설기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입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월례비와 같이 건설기계 조종과 관련해 부당금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 또는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건설기계 대여업자들의 일방적인 운송거부나 태업 등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처분 근거를 마련했다.
전영준 건산연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해당 법안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건설기계 부당금품 근절 관련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손쉽게 입법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공정한 하도급거래 정착을 위한 규제 강화 입법도 잇따르고 있다. 하도급법 일부개정에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입법안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입법안 모두 부당성이 입증된 건설하도급계약의 부당특약 무효화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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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생협력법' 일부개정안과 같이 하도급법에 따른 하도급대금 연동제에서도 주요 원자재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 및 운반비 또한 연동제 대상으로 규율하자는 안이 제안됐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하도급법의 경우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등의 이유로 하도급자에 손해를 입하면 부여하던 기존 3배 이내의 범위 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실효성 저하를 문제 삼아 손해 인정액의 5배를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정한다.
전 실장은 "이 같은 원도급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를 위한 하도급 규제 강화는 꼭 필요한 경우 마련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입법안이 실질적 효과를 발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고민이 입법 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전 실장은 불법행위의 예방 기능 차원에서 도입이 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손해배상액의 상향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액 산정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소송 남발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법률 마련만으로 실질적 구제가 이뤄지기 어렵고 법원을 통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계약 자유의 원칙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상존한다"고 부연했다.
부동산PF 부실 체계적 관리한다
건설업 불황의 직격탄이 된 혼탁한 부동산PF도 입법을 통해 대수술에 들어갈 전망이다.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는 영미 국가와 달리 낮은 자기자본비율과 시공자의 책임준공 등 제3자 보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분명하다. 이로 인해 부실 대출 및 대외 변수에 취약한 국내 경제의 허약한 민낯을 드러낸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부동산 PF 사업의 체계적 관리와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과 손명수 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부동산 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현황 정보조차 취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본적 관리체계(정보취합 및 체계 구축 방안 및 조정위원회 운영 등) 구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