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연장키로 하면서 둔촌주공 임차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만2032가구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연장키로 하면서 둔촌주공 임차임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만2032가구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에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KB국민은행이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연장키로 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아파트로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임차인들의 전세대출이 제한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9월3일 KB국민은행은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매입)를 막고 실수요 위주로 대출하기 위해 이 조치를 실행하면서 10월 말까지 한시적 운영을 예고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 측면에서 아직 가계대출 수요 억제 조치를 완화하기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 중에서 하나은행만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문턱을 올리는 이유는 실수요 중심의 대출 정책을 펴며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서다. 당장 관심은 다음달 28일 입주를 앞둔 둔촌주공이다.


1만2032세대로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며 전세를 내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려는 입주 예정자들이 많다.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는 은행이 늘어나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 제한을 연장하면서 "별도 통보시까지" 대출 제한 시점을 못 박았다. 우리·농협은행은 모든 주택에 대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하고 있다. 일반 분양자가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예외 조건이 있다. 대출 실행일 전일까지 임대인이 분양대금을 완납한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해 준다. 다만,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려는 경우 갭투자성으로 보고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당초 신축 아파트의 경우 이미 청약·재개발 등에 따른 분양권 취득 등을 통해 이미 수년 전 소유권을 취득하는 계약을 한 상태로 보고 별도 제한은 두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추가 대출 정책을 통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조건부 전세대출도 중단했다. 직장이전,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등 실수요자를 제외했다.

하나은행은 별도로 조건부 전세대출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대출 조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둔촌 주공은 입주 관련 대출만 3조원에 달해 연말 대출 한도 여력이 없는 은행들이 잔금대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3월 입주기한 전에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조건부 전세대출과 잔금대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